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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콩 농사, 알고 지으면 거둘 게 많다 (백승우/농부네 마을)

콩 농사, 알고 지으면 거둘 게 많다
 
 
“콩 심으려면 꼭 모종을 내서 심으세요.”라고 누가 이렇게 말하면 흘려듣기 십상입니다. ‘한 구멍에 콩 세 알 넣어서 한 알은 새가 먹고 한 알은 벌레가 먹고 한 알은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심 좋은 농사가 콩 농산데, 옛날부터 그렇게 지어온 농산데, 모종이 무슨 소리냐? 모종이!’ 이런 식으로 엇나가는 것이지요. 특히나 아직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데다가 귀농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으신 분은 어쩌면 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먼저 관점을 정하고 출발해야겠습니다. 이번 콩 농사 얘기는 어떻게 하면 질 좋은 콩을 일정한 면적에서 될 수 있는 한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강원도 화천군 용호리에서 농사지으시는 김두봉 장로님을 찾아뵙고 말씀 들었습니다. 김장로님은 열세 살에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자연스레 농사를 이어받았고, 열여섯 살에, 소 쟁기를 끌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이를테면 ‘농사의 주인이자 책임자’로서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요즘 열여섯 살 짜리들 데려다가 농사일 시키면 어떤 표정을 할까요?). 올해 50세가 되셨으니까 서른다섯 해 농사를 하셨고, 유기농업에 눈 뜨신 것은 87년, 정농회를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김장로님은 정농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치밀하고 정확하게 농사지으시는 걸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석회를 반드시 넣어줘야 한다


“콩을 많이 수확하려면 반드시 석회를 넣어 줘야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산성 땅에서는 잘 안 되고, 또 콩이 석회 흡수량이 많아요. 그래서 꼭 석회를 넣어 줘야 농사가 잘 돼요.”
“그러면 석회는 얼마나 넣어줘야 되나요? 그리고 석회는 보니까 정부에서 무상으로 농민들에게 공급해주는 것 같던데, 그걸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지 금은 잊어버렸는데 자료 찾아보시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단보(300평=10a)당 200키로쯤인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맞을 겁니다. 정부에서는 4년에 한 번씩 마을마다 돌아가면서 석회를 공급해 줍니다. 올 해는 이 마을, 내년에는 저 마을 하는 식으로요. 그게 없을 경우에는 농협에서 사다 쓰면 되는데, 아주 싸요. 거의 정부 보조고, 값은 조금만 줘도 구할 수 있어요. 2~3년에 한 번씩 뿌려주면 아주 좋지요.”
“거름은 넣지 않습니까? 밭이 너무 거름지면 오히려 잘 안 된다는 말도 있는데요.”
“왜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유기질 거름을 좀 넣어주는 게 좋습니다. 대신 듬성듬성 심어야지요. 땅이 거름지면 더 무성하게 자라니까 정식 간격을 넓혀주면 됩니다.”
 


절대적으로 모종을 내야 한다



“콩을 많이 수확하려면 반드시 모종을 내야 합니다. 아주 넓은 면적에 하는 것이 아니면 모종을 내야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몇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새가 와서 주워먹는 걸 막을 수 있고요, 둘째는 김 매는 걸 한 차례 줄일 수 있습니다. 모를 내면 김을 두 번만 매주면 돼요. 셋째는 포기를 빠짐없이 정확히 세울 수 있는 이점이 있어요. 그리고 가뭄이 심할 경우에 가뭄 피해를 피해 갈 수 있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나는 귀농 첫 해에 이 비유가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2001년, 천 년 만에 오는 가뭄이라고 입을 모으던 해에 메주콩을 한 밭 가득 심었는데 올라온 싹이 딱 두 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콩이 싹이 나지 않는 채로 땅 속에 오래 있으니까 새나 벌레가 더 많이 주워 먹기도 하고, 혹은 썩기도 하고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그 해에 모를 내서 다시 심어야 했다.>
 
“모는 모판에 키워야 하는지요?”
“그 냥 밭에 해도 됩니다. 로타리는 꼭 치고 심는 게 좋아요. 옮겨심기 위해 뽑을 때, 땅이 딱딱하면 모가 상하니까 흙을 부드럽게 해야 합니다. 로타리 친 땅에 괭이 같은 걸로 살짝 골을 내서 뿌리고 흙으로 덮으면 됩니다. 새가 많이 파먹으니까 위에 차광망 덮어 주고요. 이렇게 덮어 놔도 싹이 들어올리면서 올라오니까 어느 정도 올라왔다 싶을 때 벗겨주면 돼요.”
“모가 얼마나 자랐을 때 옮겨 심는 건가요?”
“콩 은 싹이 터서 나오면 떡잎이 나오고, 좀 더 자라면 잎 하나짜리 줄기가 양쪽으로 하나씩 두 개가 나옵니다. 그리고 좀 더 자라면 이파리가 세 개 달리는 본잎이 나오는데, 이 본잎이 막 생길 때 옮겨 심습니다. 파종하고 본잎이 나오기까지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5일에서 20일 정도 걸립니다.”
“본밭이 3백 평이라면 모는 어느 정도 잡아서 뿌리면 되는지요?”
“그건 콩마다 다 다르고, 제가 오래 돼서 생각이 잘 안 납니다. 자료를 좀 찾아보세요. 모를 키울 경우에는 표준량보다 좀 적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실이 적으니까요.”
 
자료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나와 있습니다.


“적파(5월 중하순)는 10a(300평)당 20,000∼22,000개체 입모확보를 목표로 하여 나물콩은 2.5∼4㎏, 장류콩은 5∼7㎏, 대립 검정콩이나 올콩은 8∼10㎏ 정도 파종하되, 비옥도에 따라 20∼30% 범위 내에서 가감하는 것이 좋으며, 키가 작은 단경종일 경우에는 파종량을 많게 하고, 과번무하거나 생육기간이 긴 품종인 경우에는 파종량을 줄여야 한다.


만파(6월 중하순)는 300평당 30,000∼33,000개체 입모를 목표로 하여 나물콩은 4∼5㎏, 장류콩은 8∼10㎏, 대립종인 올콩이나 검정콩은 10∼12㎏정도 파종하되, 품종의 특성과 비옥도를 고려하여 파종량을 조절하여야 한다.”  (박금룡, 콩의 일반적인 재배기술, 농촌진흥청 홈페이지)
 
일찍 심어서 늦게까지 자라며 가지가 많이 나오고, 알곡 크기가 큰 편에 속하는 종자를 모를 키워 이식재배하고자 할 경우에는 “본밭 10a당 8평의 묘상을 준비한다.” (이종형, 콩의 이식재배 방법과 효과, 농진청 홈페이지)
 


본잎 아랫부분이 완전히 땅에 묻히게 북주기를 해줘야 한다


“소로 밭을 갈면 골 사이가 70센티미터가 나오고, 트렉타로 갈면 90센티미터까지 나옵니다. 콩 심을 때는 골 간격은 80~85센티미터 정도로 하고요, 포기 사이는 보통 25센티미턴데 모종을 내서 심고, 밭이 거름지거나 유기질 거름을 준 경우라면 조금 더 넓게 30센티미터쯤으로 심으면 되는데, 모를 심거나 씨앗을 심거나 한 포기당 2대를 세우는 게 표준입니다.


심을 때 두둑 정수리에 심는 게 아니고 골 쪽으로 삼분지 이쯤 내려서 심습니다. 골에서 보자면 두둑쪽으로 약간 올려 심는 거지요. 이렇게 해 놓고 풀이 올라오면 북주기와 제초를 동시에 하는 겁니다. 두둑 흙으로 콩 줄기를 덮어줍니다. 옛날에는 소 쟁기로 쑥 밀고 지나가주면 됐는데 요즘은 관리기가 있으니까 그걸로 해도 되고, 손잡이 긴 괭이 들고 툭툭 치고 나가도 됩니다. 어떻게 하든지 간에 떡잎하고 떡잎 위로 이파리 하나 달린 줄기까지, 그러니까 본잎 아래는 완전히 묻어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 쓰러져서 영 못쓰게 되고 맙니다.


옛날 분들은 이걸 아니까 두둑에 그냥 콩을 심는 경우에도 아주 깊게 파고 씨앗을 넣었어요. 그래야 김맬 때 덮어주기 좋지요.”
“골에 안 심고 두둑 쪽으로 조금 올려 심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비가 와서 물이 잘 안 빠지면 수해를 당할 수 있으니까요.”
 
< 부끄러운 얘기지만 우리집 콩은 올해에도 무성하게 자라서 사정없이 쓰러졌다. 다른 집 콩은 짧고 짱짱하게 잘 자라는데 왜 유독 우리집 콩은 이렇게 쓰러지기만 하는지 영문을 몰랐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 알게 돼서 속이 시원했다. 콩 농사가 쉽다고 해서 심어 놓고 거두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어떤 농사가 쉽다고 말하는 건 다른 작물에 비해서 ‘비교적’ 쉽다는 얘기지, 심어놓고 내버려 둬도 된다는 건 결코 아니다.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본잎이 열 여덟 장 나오면 반드시 순을 잘라줘야 한다


“본잎은 잎줄기 하나에 세장씩 달리는데 이게 여섯 쌍, 그러니까 콩잎이 열 여덟 장이 나오면 꼭 순을 잘라줘야 합니다. 조금이면 손으로 딱 집어주면 되고요, 많을 경우에는 낫으로 휙휙 날려도 됩니다.”
   
< 이건 “왜 그렇습니까?”라고 묻지 않았다. 우리집 콩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사지으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상식일 텐데, 집에서 그냥 조금 심어 먹는다고 무관심하면 평생 가도 모를 수 있다. 우리집 콩은 순이 쑥쑥 자라 오르다가 픽 쓰러지더니 땅으로 박박 기다가 다시 솟아오르기도 하고 계속 땅바닥을 기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어찌됐든 그저 열심히 자라는 게 대견하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대체 우리집 콩은 왜 저런걸까 궁금했다. 순을 잡아줘야 하는 것이었다.>
 
“쓰 러져서 땅으로 깔린 부분은 꼬투리가 맺혀도 쭉정이가 되고 맙니다. 순을 잘라줘야 쓰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옆으로 줄기가 무성하게 뻗어 나와서 꼬투리가 많이 달리게 돼요. 그러니까 때를 잘 맞춰서 순을 질러 주는 게 아주 중요해요.”
“저희 밭 콩은 안 쓰러져도 쭉정이가 많은데, 그건 왜 그런 거지요?” 함께 자리한 기획실장의 질문입니다.
“땅에 석회가 부족하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특히 서리태처럼 서리를 맞은 다음에 거두는 것들은 다 익기 전에, 너무 파랄 때 서리를 맞거나 하면 쭉정이가 되고 맙니다.”
"다른 일 하느라고 바빠서 미처 이때 순지르기를 못 해줬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좀 깊게 질러주면 됩니다. 잎줄기 여섯 쌍 정도 남겨두고 자른다고 생각하고 자르면 돼요."
 
 
로타리는 안 치더라도 쟁기질은 반드시 해야 한다



밭농사나 논농사나 다 마찬가진데, 가을겆이 끝나면 반드시 땅을 깊게 갈아줘야 한다는 것이 김장로님의 지론입니다.


“특히 논은 벼 베자마자 바로 갈아줘야 볏짚이 지니고 있는 양분을 오롯이 땅에 다시 돌려줄 수 있고, 똑같은 밭 300평이라도 한 사람은 15센티미터 깊이로 갈고, 또 한 사람은 30센티미터로 갈면, 보통 소출량에서 배 차이가 나게 되는데, 소출량에서 비교해 본다면 깊이 간 사람은 얕게 간 사람에 비해서 두 배의 땅을 가진 것과 다름이 없다, 특히 토마토나 감자 같은 것은 어떻게든 깊이 갈아서 심는 게 좋다, 논농사에서도 ‘땅 말랐을 때 쟁기질 한 번이 웃거름 한 번 준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쟁기질은 중요하다, 그래서 소 가진 사람은 모 심기 전에 최소한 대여섯 번은 쟁기질을 했다.”


이처럼 깊이갈이의 중요성에 대한 말씀이 한 참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말이 그렇지, 물 들어간 논에서 하루 종일 소 뒤에 붙어서 따라다녀 봐요. 다음 날 일어나지도 못 해요. 그게 아주 사람 뼛골 빼는 일이라고!”
 


알아 두면 좋은 것들

  
김장로님 말씀에 따르면, 이모작 안 하고 콩만 심어 먹는다면 밭을 준비할 때 제일 좋은 건 이렇습니다. 10월에 서리 내리면 농사 끝나니까 밭을 깊이 갈고 호밀을 뿌렸다가 봄에 갈아엎고 살짝 로타리 쳐서 심습니다. 쟁기질은 깊을수록 좋고 로타리는 얕은 게 좋다, 왜 그러느냐? 겉흙은 잘게 부서지고 속 흙은 덩어리째로 있으니까 공기가 잘 통해서 산소가 풍부해지고 그러면 뿌리가 숨을 잘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밀은 쟁기질한 밭에 그냥 뿌려놔도 잘 자랍니다. 호밀 씨앗도 정부보조가 있어서 아주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콩 종자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종자를 받을 때 종자가 가진 특성에 대해서 잘 알고 받아야 합니다. 언제 심어서 언제 거두는 것인지, 줄기 뻗음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요, 또 심을 밭이 어떤 상태인지 잘 파악하고 있어야 심는 시기는 물론 심을 때 포기 사이 간격이나 골 간격을 정확히 맞춰 심을 수 있습니다.


풀은 손으로 뽑아야 될 정도로 키워서는 안 됩니다. 흙으로 덮어버릴 수 있을 때, 두 번만 덮어주면 충분합니다. 콩은 빨리 자라고 무성하게 자라서 콩잎이 햇빛을 막아버리니까 밑에서 풀이 자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까 설령 바닥에 풀이 좀 있어도 소출에 큰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비듬이나 명아주같이 크게 자라는 것들, 콩 잎 사이로 머리를 내미는 것들은 잡아주는 편이 좋습니다.


콩은 서리가 내리면 거둬들여서 터는데 웬만하면 도리깨질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탈곡기는 편하기는 한데 많이 깨집니다. 도리깨질하기 싫으면 두툼하게 쌓아놓고 트렉터로 왔다 갔다 하고, 뒤집어서 다시 왔다 갔다 한 다음에 작대기로 탁탁 치는 겁니다. 그러면 잘 털어집니다. 콩대가 압축이 돼 있으니까 콩이 잘 튀지도 않고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어떤 농사를 짓더라도 퇴비는 장마가 끝난 다음에 바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십니다. 계분․돈분․우분 중에 하나 골라서 사다가 왕겨, 나무껍질, 톱밥, 쌀겨 등을 잘 섞어서 쌓아 놓고 뒤섞어 줘서 발효가 다 됐다 싶으면 비닐 덮어서 보관합니다.
 


마침 취재를 나선 날이 휴가 끝물이어서 길이 많이 막혀 약속보다 많이 늦은데다가, 김장로님댁 배추 심는 날이어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재빠르게 취재를 마쳤습니다. 콩 농사는 앞서 말한 몇 가지만 잘 지키면 많은 소출을 거둘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말씀 잘 듣고 인사드리는 참에, 배추 심는 밭으로 나가시던 김장로님이 약간 쑥스럽게 “귀농본부에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하십니다.


“뭡니까?”
“(대를 이어서 농사짓겠다고 나선 기특한) 아들놈이 장가갈 나이가 됐는데 짝을 구하기 힘들다. 농촌에 살겠다는 좋은 처자 있으면 소개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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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봉님 주소 : 화천군 간동면 용호리 907-1번지 봄들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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