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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농어촌을 살리자] "유기농 토마토로 FTA 파고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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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씨가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 자신의 농장에서 잘 익은 토마토를 따고 있다.

'유기농법+인터넷 판매'로 부농 꿈 이룬 이인 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농업여건 악화가 우려되고 있지만 경기도 고양시 일산 ‘마실촌’ 토마토 체험농원 이인(46)씨는 유기농법과 인터넷 판매로 부농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이씨는 농사를 시작한 지 7년밖에 안됐지만 꾸준히 농업기술 교육과 인터넷교육 등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전형적인 지식농업인이다. 농사 초기만해도 연 매출이 2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유기농 토마토 판매와 체험농장 운영으로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는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주최한 정보화촉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가 마련한 농업인 홈페이지경연대회에서도 입상 할 정도로 정보화된 영농에 관심을 쏟고 있다.

서울이 고향으로 전형적인 도시인이었던 이씨가 사업을 접고 농사를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아내의 친구 남편이 운영하던 토마토 농장을 찾아가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1년 뒤 그 농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밭 1300평을 구해 본격적인 토마토 농사를 시작하면서 농사꾼이 됐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게 없었던 이씨는 2002년 저농약 농법을 배우기 위해 농협대학 농업 CEO과정(1년)에 등록하면서 처음 제대로 된 농업기술을 배웠다. 그리고 2003년 1월 참가한 경북 하동에서의 5박6일 자연농업 교육은 그의 농사철학을 바꿔 놓았다.

이씨는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자연의 섭리에 맞춰 농사를 지어야 성공한다’는 조한규 한국자연농업협회 회장의 조언이 큰 가르침이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교육을 계기로 이씨는 농기계와 농약을 제쳐두고 유기농업으로 전환했다.

이씨는 “유기농 토마토는 사람이 아닌 자연이 키운 열매”라고 말한다. 그는 토마토농사를 지으면서 농기계는 물론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흙갈이도 트랙터를 사용하면 30㎝ 깊이의 흙을 뒤집는 것이 가능하지만 지렁이를 활용하면 물을 찾아 땅 2m 깊이까지 파고들어가기 때문에 효과가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비료 대신 토착 미생물(곰팡이)을 이용해 거름을 만든다. 해충도 천적을 이용하거나 태양열 소독으로 해결하고, 한약재를 비롯해 등푸른 생선(아미노산), 계란 껍질(칼슘), 소똥(인산칼슘), 깻묵(질소) 등을 이용해 만든 영양제로 작물의 기력을 높이는 방법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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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씨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이씨는 이 같은 유기농법을 통해 고품질 토마토를 만드는 데 자신이 생겼지만 판매가 문제였다. 2004년 11월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수확한 토마토를 시장에 내보내지 않고 회원에게만 파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구매 고객이 100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홈페이지가 활성화하면서 이제는 고정 구매고객이 1500여명으로 늘었다.

체험농장 운영도 위기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 비수확기에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이씨는 농장을 4등분해 계절별로 토마토를 심어 언제나 신선한 토마토를 공급하는 체계를 갖췄다. 일년 내내 어린 토마토부터 수확기가 된 토마토까지 생장 주기를 한눈에 지켜볼 수 있게 되자 방문객도 늘었다. 고객이 직접 토마토를 따서 먹을 수 있게 하고 도시락을 싸와서 농장에서 기른 채소를 곁들여 식사할 수 있도록 해 농장을 도시인들의 주말 나들이 코스로 만들었다. 또 휴게실에 목공예 만들기와 장수풍뎅이 체험 코너 등을 마련해 어린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가족 단위의 방문객 수도 늘었다.

이씨는 “아직 성공을 말하기엔 이르지만 이제야 농업이 뭔지 알 것 같다”며 “농업 여건이 계속 나빠진다고들 하지만 유기농 체험농장이라면 도전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