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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귀농 준비 노하우

▲ 귀농을 해도 공동체 생활은 매우 중요하다.

안녕하세요, 주간조선 서일호입니다.


지난 3월 서울 용산의 농협별관 7층 강당에서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업이 열렸다. 강사는 귀농 10년차로 전북 정읍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정현숙씨.


전통 장류를 만들어 판매하는 정씨는 “농산물을 가공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사람은 60명으로 모두 귀농을 앞두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부 박혜정씨는 “도시의 생활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따라잡기 힘들다. 곧 귀농해서 조용하고 느리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직장인 이용일씨는 “은퇴 후에는 귀농할 것이기에 직업 ‘안전망’ 차원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태어나 처음 농촌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귀농’이라는 표현보다 ‘농촌으로 이사’ 혹은 ‘초보 농사꾼 되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입을 모은다.


치과의사 황모씨는 “의식주를 자급자족하는 친환경적인 삶을 실현하기 위해 농촌으로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농사가 본업이 되고 진료가 부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 이사를 지낸 오모씨는 “각박한 회사 생활이 싫어 퇴사했고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 건강도 회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처럼 귀농(歸農)은 삶의 터전을 도시에서 농촌으로 완전히 옮기는 일이다. 따라서 농사, 농촌 사회, 자연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수년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생각한 후 자신감과 확신이 생겼을 때 영농(營農)에 대한 결심을 굳히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귀농에 성공하기 위한 실제 노하우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가장이 결심을 굳혔더라도 “농촌으로 내려가자”고 할 때 선뜻 응할 가족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귀농 준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배우자와 자녀를 설득해 동의를 얻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여건, 적성, 기술 수준, 자본 능력 등에 맞는 작목(作目·논밭, 농장, 과수원에서 심어 가꾸는 곡식·채소·과수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선택해야 한다.


농사는 자본 회수 기간이 길고 농지 구입과 생산시설 마련에 많은 자본이 소요되며 고도의 영농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자본을 고려해 작목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낙농·양계·화훼 등은 초기 시설투자금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자본이 부족한 초보자는 콩·고구마·감자·옥수수·마늘·고추·참깨·배추·파 등과 등과 같은 노지(露地)작물이나 사과·배·복숭아·포도· 등 과수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작목을 선택한 후에는 농협, 귀농운동본부,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영농기술을 배워야 한다.


가족 합의와 작목 선택이 이뤄졌으면 교육, 의료시설 등 생활여건과 선택한 작목에 적합한 농업 여건을 고려해서 귀농지를 골라야 한다. 귀농지에 관한 정보는 농업 관련 기관,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수집할 수 있지만 반드시 후보지를 정해 여러 곳을 직접 방문해 보는 ‘발품 팔기’가 중요하다.



귀농지가 결정됐다면 집과 땅을 마련해야 한다. 농지를 구입해서 집을 짓고 농사도 지으려는 경우, 구입한 농지를 집터로 전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전용허가를 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농지법으로는 도시민이 농지를 구하기 어렵고, 농지를 전용하여 집을 짓는 것이 만만치 않다. 또 4m 이상의 도로에 접하지 않은 땅은 전용허가가 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농지와 집을 따로 구입하는 경우도 농지가 맹지(길이 없는 땅)인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전용하지 않고 농지로만 쓸 경우에도 농로가 지적도에 있는지 없는지, 진입로가 누구의 땅인지 확인하고, 도로로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구입해야 한다. 또 땅 위에 있는 나무나 농작물이 누구 것인지, 땅을 구입할 때 포함되는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며 묘지가 있는 경우 묘지의 주인이 누구인지 반드시 확인해 둬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집을 구입할 때도 집터와 건물이 한 사람 명의인지, 건물 등기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 뒤 구입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같은 문제들은 그 마을에 전·월세로라도 미리 들어가서 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선 방을 얻어 그 마을에 살면서 집과 땅을 천천히 알아보는 것이 좋다.


집터 구입에 있어서 유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집터는 겨울철에 제대로 보인다. 겨울철은 나무나 식물이 앙상한 뼈대를 드러내는 시기다. 따라서 땅이 벌거벗은 모습을 지닌 겨울철에 부지를 고르는 것이 좋다. 그때 집터의 모양새를 제대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지의 경사도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지적도에 4m 이상의 도로가 있나를 꼭 확인해야 한다. 현장에 도로가 있으면 안심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정작 전용허가가 나려면 지적도상 4m 이상의 도로가 있어야 하므로 반드시 지적도를 확인해 봐야 한다. 지방도로와 4차선 간선도로의 거리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수단, 문화시설 등과의 연결성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