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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PC 플러그 안 뽑으면 전기 줄줄∼

요즘 PC 한 대 없는 집이 거의 없다. 전력거래소가 2년마다 발표하는 ‘가전기기 보급률 및 가정용 전력 소비 행태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전국 가정에 보급된 PC는 1302만 8000여대다. 10가구 중 8 가구 꼴로 PC를 사용하고 있다. 노인들이 컴퓨터 이용자 대열에 합류하고 PC의 활용 범위가 쇼핑이나 금융, 학습 등으로 확대되면서 가정 내 PC 사용 시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가정당 PC 사용시간은 연간 1324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PC를 사용한다고 가정한다면 집집마다 하루에 3.6시간씩 PC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IT 시대의 세포가 된 PC는 전기를 얼마나 소비할까? 한국전기연구원 김남균 박사팀과 함께 서울 여의도의 한 가정을 찾아가 직접 측정을 해보았다.

실험1-PC를 껐을 때

맨 먼저 모니터(19인치 LCD), 외장형 모뎀(하나로통신 ADSL), 프린터(복합기), 스피커가 연결된 PC 본체의 전원 스위치를 끈 상태에서 5분간 전력량을 측정했다. 평균 전력은 17.8W로 조사됐다.

통상 전원을 끄면 전기가 차단된다고 생각하지만 플러그를 뽑지 않는 한 전기는 계속 소비된다. 이 상태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대기전력’이라고 한다.

실험1은 바로 가정용 PC의 대기전력을 측정한 것으로 PC를 끈 상황에서도 17.8W의 전력이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들 책상에 놓여 있는 탁상용 스탠드를 켜놓았을 때 소모되는 전력이 17W 가량 된다. 따라서 PC와 주변기기들의 전원 플러그를 모두 뽑아두지 않으면 스탠드 한 대를 계속 켜놓는 것과 같다.

2003년 에너지관리공단과 한국전기연구원의 공동 조사에서도 플러그를 뽑지 않는다면 PC 본체 3.2W, 모니터 2.6W, 모뎀 6.4W, 스피커 1.6W, 프린터 3.0W 등 PC와 주변기기들이 16.8W의 전기를 소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가정용 PC의 대기전력 문제를 나라 전체로 확장해 보면 전국의 가정용 PC 1300여만대가 231MW를 대기전력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화력발전소 1기의 평균 발전용량이 500MW라고 하니까 발전소 1기의 전력생산량 중 절반 가량이 매순간 가정용 PC의 대기전력으로 소모되고 있다.

여기에 기업과 공공기관의 업무용 PC의 숫자까지 고려하면 PC의 대기전력이 장차 국가 전체의 전력 위기 문제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실험2-PC를 켰을 때

PC의 전원을 켜면 소비전력은 급상승한다. PC만 켜놓고 아무 동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한 결과 평균 전력은 131W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가 조사한 대로 가정의 PC 사용시간이 하루 평균 3.6 시간이라면 나머지 21.3 시간은 대기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전원을 켠 상태에서는 131W, 대기상태에서는 17.8W가 각각 소모된다.

이를 한 달을 기준으로 하면 대기상태로 11.4kWh(1kWh당 120원으로 계산하면 전기요금으로는 1370원), 전원이 켜진 상태로 14.1kWh(1690원)가 각각 소비된다. 말하자면 대기 상태에서 흘려보내는 전력량과 동작 상태에서 사용하는 양이 엇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전 요금전략팀에 문의해 보니 한 가정이 한 달에 보통 220kWh(2만4650원)의 전력을 쓴다. 이 가운데 대기상태와 동작상태의 전력소비량을 합친 25.5kWh, 약 11%가 PC로 인한 것인 셈이다.

실험 3-PC 게임을 할 때

가정에서 PC로 하는 일 중에 전력소모량이 가장 많은 것이 온라인게임이다. 움직임이 많고 이미지가 현란하기 때문이다. PC를 이용해 온라임게임(그랜드 체이스)을 하는 동안 소비전력을 측정했더니 평균 173.7W로 나왔다. PC를 그저 켜놓기만 했을 때보다 35W가 더 많이 소모된다.

방학 중에 아이가 하루 12시간씩 한 달간 게임을 한다고 가정하면 62.5kWh(173.7W*12시간*30일)가 추가로 소비된다. 전기요금으로는 75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게임을 하는데 드는 173.7W 중 7.7W는 외장형 모뎀(하나로통신 ADSL)을 구동시키는데 필요한 전력이다. 플레이 스테이션이나 엑스 박스처럼 CD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온라인게임은 인터넷 접속 상태에서 이뤄지며 모뎀을 구동시켜야 한다.

외장형 모뎀은 보통의 가정 집에서 하루 종일 켜져 있다. 이 작은 기기의 전력소비량에 관심을 갖는 집은 거의 없다. 그러나 모뎀은 켜져 있기만 하면 매 순간 7.7W의 전력을 소비한다. 인터넷 통신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다. 소비전력을 측정한 김형우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KT, 하나로통신 등 모뎀 사업자들은 인터넷 통신을 하지 않는 동안 사용전력을 줄인 제품을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기기 늘면서 대기 전력 급증 

당신이 출근한 뒤 집에 남겨진 전기·전자 기기들의 상태를 떠올려 보자. PC 전원은 꺼져 있겠지만 프린터나 스피커의 전원은 어떨까? 모뎀의 전원은? 혹시 콘센트에는 휴대폰 충전기가 그대로 꼽혀 있지 않은가? TV나 셋톱박스의 플러그는 뽑혀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집 안의 전기계량기는 계속 돌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대기전력(Standby Power)’ 때문이다. 대기전력이란 전기·전자 기기가 외부 전원에 연결된 상태에서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있거나 기능 수행을 위한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서 소모하는 전력을 뜻한다.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때 사용되는 전력은 ‘사용전력’, ‘운용전력’ 등으로 구분한다.

집 안에 전기·전자 기기들이 늘어나는데 각각의 기기들은 예외없이 대기전력을 발생시킨다. 전원 플러그를 일일이 다 뽑아두지 않는 한 그렇다. 이 때문에 대기전력에 의한 전력소비량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가정에서 항상 플러그를 꼽아두고 있는 위성방송용 셋톱박스와 PC와 주변기기들만 합해 보면 평균 대기전력 소비량이 31.3W나 된다.

한 달로 치면 22.5kWh(2700원)에 이른다. 에너지관리공단과 한국전기연구원은 “전자와 전기 제품의 사용에 따라 가구당 연간 306kWh(3만6700원)의 대기전력을 소모하고 있으며 이는 가구당 전력소비량의 1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전기연구원 김남균 박사는 “사용전력은 에어컨이 많지만 대기전력은 PC가 더 많다”면서 “가정에 있는 정보통신기기 대부분은 사용하는 시간보다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몇 배나 길기 때문에 대기전력 소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홈네트워크는 가정 IT화의 결정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정이 홈네트워크화되면 홈게이트웨이나 홈서버를 통해 집 안에 있는 모든 조명, 도어록, 가전기기, 정보통신기기 등을 제어한다.

그러나 홈네트워크는 가정 내 전기사용량을 급격하게 높이는 주범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시 대기전력 때문이다.

전자부품연구원 이상학 박사는 “네트워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항상 온라인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홈네트워크에 연결된 각종 기기들도 제어를 받으려면 항상 전원이 켜져 있어야 한다”며 “여기에서 소모되는 대기전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향후 디지털 홈네트워크 시대로 가면서 2020년 쯤에는 가정내 전력소비량의 25%가 대기전력으로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