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급기야 초유의 폭락장을 연출했다. 실감이 나지 않을만큼 외국인들은 매도로 일관하면서 팔기에 급급하다. 도대체 하락을 지지할 선을 찾는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단숨에 주가는 밑으로 턱이 빠져 버렸다. 실적이 좋아진다는 분석이나 우리 시장은 미국 시장과 달리 신용경색이 없다는 뉴스도 전혀 도움이 안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탄탄한 기업실적에 뒷받침 받으면서 올랐던 시장이 갑자기 돌변해서 폭락을 하는 바람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지금 우리 시장에 대한 분석의 초점은 딱 하나다 ‘과연 외국인들이 언제까지 이런 대규모 매도공세를 펼칠 것인가?’ 디시 이 부분을 점검해보자.
안전자산 쪽으로 위기 확산 --- 기업어음 시장, 프라임 모기지까지 불길 번짐
헤지펀드들이 자금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투기적인 매매를 해 왔던 원유시장에서 매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증시에서 헤지펀드들의 다음 타격 목표가 원유시장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습니다. 그 동안 주택시장 못지않게 투기적인 상승이 있었던 원유시장이 흔들릴 경우 시장 불안 요인 중 하나로 봐야 합니다. 유가가 하락 하는 것은 경제에 있어서 호재 요인이나 금융시장 불안감의 증폭이라는 차원에서 악재라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할 듯 합니다.
그리고 프라임 모기지 쪽도 불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라임 시장은 약 6조 3,700 억달러 정도로 서브프라임 시장 1조 2,800 억 시장의 5배 정도 규모입니다. 어제 프라임 모기지 업체인 손버그모기지가 배당금을 줄 돈이 없어서 배당금지금연기를 선언했고 신용등급이 매도로 조정되었습니다. 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하나는 우량 기업이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어음(CP)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끊기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기 기업어음은 현찰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시장에 은행들이 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리스크에 대한 회피 치고는 지나친 것입니다. 한마디로 눈꼽만큼도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얼어붙은 시장 심리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ABCP 는 기업들이 단기 운전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으로 만기는 90일짜리가 일반적이다. 신용도가 좋은 기업만 발행하는 만큼 채권시장에선 가장 안전하고 현금화가 용이한 투자대상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ABCP시장마저 흔들리고 있어 채권시장 전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ABCP시장은 1,750억달러 규모로 발행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상당수 기업이 곤란할 지경에 빠지는 게 불가피하다.
그나마 2조2,000억달러 규모인 미국 ABCP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ABCP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채권값 하락)하고 있어 불안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ABCP 시장에 불똥이 튐에 따라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꼽히던 머니마켓펀드(MMF)마저 환매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센티넬 매니지먼트 그룹은 이날 감독당국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투자자들의 환매 중단을 위한 승인을 요청했다. 이 회사는 16억달러에 달하는 펀드자금을 주로 ABCP 등 단기자산에 운용해 왔다. MMF와 비슷하다.“
이 처럼 프라임모기지 시장과 기업어음 시장 MMF 시장마저 들썩거리면서 이제는 신용위기가 서브프라임에 한정되지 않고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신용경색이 FRB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상당부분 심리적 차원에서 공포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실물시장까지 염려해야 할 판
오 늘 기사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바로 신용경색이 실물시장 타격으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미국과 케나다에서 우량 기업마저 단기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고 개인들의 소비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주택시장 침체가 민간소비 감소로 연결되면서 경기침체로 연결될 것이 확실합니다. 그동안 연준은 실물경제는 탄탄한 편이라서 신용경색 문제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시각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집니다. 금융자본시장에서 기업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면 실물부문이 호전됩니다. 자본시장에서 주가 상승은 곧바로 민간 소비 확대로 연결되면서 경제성장율을 끌어올리죠. 그런데 거꾸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 금리가 올라가고 주식시장이 침체하면 기업들의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실적이 나빠집니다. 개인소비도 감소하지요. 이렇게 되면 경기는 나빠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다시 금융자본시장은 타격을 받습니다. 금융부문과 실물시장이 상호 피드백 효과를 주고 받는 겁니다. 신용경색이 지속되는 상황 아래서 실물부분만 좋아질 수 없는 것입니다.
문 제는 버냉키가 금리를 손대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연준(FRB)은 자본시장만을 타겟으로 삼는게 아니라 경제를 타게팅 합니다. 자본시장 침체 하나만으로 당장 금리를 올리고 내리지 않습니다. 자본시장 침체가 경기에 타격을 가하는 실제적인 증거가 있어야 금리에 손을 대는 것입니다. 오늘 FRB 산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풀 총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미국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준다는 확증이 없다. 따라서 아직은 금리 인하를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실물경제나 인플레 쪽에 이렇다 할 충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충격이 있을 수 있으나 그렇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부 실질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 주식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속에서 천불이 나는 말입니다. 당장 금리를 인하해서 서브프라임 부실을 최소화해야 할 판에 아직도 실물시장이 타격을 받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풀 총제는 FRB 이사회 당연직 멘버지요. 아마도 그의 입장이 대체적으로 연준의 입장과 맞을 것입니다.
그 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확증을 잡을 시점이라면 이미 주가는 폭락하고 시장이 곡소리가 진동을 하는 한참 후가 될 것입니다. 예전에 롱텀 케피탈 사건 때도 주가가 20% 이상 큰 폭 조정을 받았을 때서야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99년 IT버블 때도 주가가 고점대비 40% 폭락하고서야 시장에 금리카드를 내놓았습니다. 그들이 볼 때 아직도 고점대비 충분한 되돌림이 아니라는 시각일 수도 있는 거죠.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제까지 버냉키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버냉키노믹스>와 <버냉키 파워>. 버냉키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버블 터트리기와 관련해서 통화정책이 과연 유효한가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버냉키 시각입니다. 그는 버블 터트리기에 통화정책이 크게 효용성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논리는 두가지입니다. 버블이 진행되는 동안 버블이라고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버블이 있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이것을 통화정책으로 터트린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자생적 조정 측면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연준은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최우선적 정책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억제가 연준의 존재이유인 셈입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인하 사이에서 고민
어 제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1% 상승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2.4% 증가했습니다. FRB의 암묵적 억제목표인 2%선 위에서 놀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금리를 올려야 할 판입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오히려 금리인하 하라고 주문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은 GDP 성장률이 2.0%가 될 것으로 IMF 가 추정하고 있는데 물가상승을 감안할 경우 실질 경제성장율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연준 입장에서는 물가는 잡아야 할 판에 금리를 내려야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것이죠. 금융시장을 그대로 놔두면 아노미 상태로 갈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금리를 인상하자면 인플레이션이 걱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소비 감소로 경제성장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해야 될 것입니다.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문제 화급
“엔 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전날보다 달러당 1.19엔 오른 116.73엔에 거래됐다(엔·달러 환율 하락). 최근 일주일 새 달러화에 대해 달러당 2.9엔가량 비싸진 것이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였다. 전날 발표된 유로권 경제 성장률 둔화 소식도 유로화 약세를 부추겼다. 엔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전날보다 유로당 2.66엔 오르면서 157.34엔 선에 거래됐다. 일본과 금리차가 커 엔 캐리 트레이드가 가장 활발한 통화였던 뉴질랜드달러와 호주달러에 대해서도 엔화는 급등하고 있다. 엔화 가치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 뉴질랜드달러에 대해 4.2%,호주달러에 대해 2.3%씩 상승해 지난 4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미 엔캐리 청산이 진행중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재정부 장차관이 나서서 엔캐리는 우리증시에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조기 진화하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헤지펀드들이 시장에서 청산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엔캐리 자금을 쓰는 헤지펀드나 투자은행들이 미국시장에서 신용경색으로 자금난에 봉착해 있다면 이머징 마켓에서 생존을 위한 자금 확보차원에서 엔캐리 청산에 들어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린 은행과 투자자로부터 마진콜에 몰려 부도 위기에 처한 헤지펀드들은 이머징 마켓의 주식시장이든, 원유선물이든 돈이 되는 것이며 무조건 매각해야 할 형편입니다.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미친듯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단 부도는 면해야 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환율이 일정하다면 엔케리 트레이드는 일본과 엔케리 투자국간 금리차가 2.5%만 유지되면 청산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환율입니다. 롱텀케피탈 사태 때도 급격한 엔케리 청산이 일어난 것은 엔화강세가 단 몇일만에 15% 이상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금리차보다는 엔화대비 여타 통화간 환율이 급격히 변동할지 여부가 엔캐리 청산에 중요한 열쇠입니다.
시장이 열리는게 두렵습니다.
오 늘 시장의 폭락으로 많은 전화를 받으면서 착잡했습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저도 갈피가 안서는군요. 어떤 우량주라도 폭락의 칼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패닉상태에서는 가치를 분석하고 지지선을 설정하는게 의미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시점에서 매도도 권할 수 없습니다. 단기 낙폭이 워낙 깊어 반등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두려운 것은 오늘 주가보다 내일 주가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위기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위기의 끝이 보여야 가격조정이 끝나고 기간조정이 나타날 터인데 시장 불안을 계속 심화시키는 악재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기진맥진한 시장에 대한 처방은 중앙은행의 일시적 유동성 공급 뿐입니다. 허나 중앙은행에서 유동성 공급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닌 응급처방이기 때문에 시장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데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시장에서 헤지펀드나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 투자자인 투자은행, 은행, 보험사 등이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이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 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이 걷히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간조정을 감안한다면 두 달 정도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 한 발 떨어져서 신용경색 부분이 어떻게 수습될지를 지켜보셔야 할 것입니다. 실은 시장에서 한발 떨어져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조언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압니다. 글을 쓰면서도 저 자신의 무기력함을 통감합니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시간에 유럽의 모든 시장이 3% 가까이 폭락하고 있습니다. 금융주 낙폭이 큽니다.
국내 증시에서 한 가지 더 기술적인 차원에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신용잔고 문제입니다. 4월에서 6월까지 약 5조원의 신용잔고가 늘었습니다. 7월중 신용잔고가 9천 억원 정도 줄었지만 아직도 4조원 정도 신용잔고가 남아 있습니다. 신용융자는 3개월이기 때문에 8-9월에 집중적으로 신용융자 상황이 들어옵니다. 지금은 융자 상환 후 추가 신용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을 매물 압박요인으로 봐야 하며 지금 신용융자 잔고가 많이 걸린 종목은 조심하셔야 할 듯합니다. 투자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분석이라서 착잡합니다. 사상 초유의 폭락 사태를 슬기롭게 견디셔야 할 터인데 마음이 무겁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pokara61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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