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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전력소비량 - PC게임 = 대형 냉장고

서울 여의도에 사는 40대 중반의 일 하는 엄마 C씨는 퇴근해 돌아오면 곧바로 집 안의 전기계량기를 확인한다. 출근 전 보아둔 눈금에서 많이 달라져 있으면 아이들을 불러 혼낸다. “너희들, 공부는 안하고 하루 종일 게임만 했구나.” 전기계량기는 집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오래 인터넷 게임을 했는지를 알려준다. 게임을 오래 하면 전력소비량은 확연히 증가한다.

C씨의 초등학교 4학년 딸 아이에게 PC 게임을 권유해봤다. 게임 제목은 ‘그랜드 체이스’(넷마블). 평소 게임을 할 때의 환경과 똑같이 스피커 음량이나 화면 밝기 등을 맞춰 놓고 전력계측기로 1시간 동안 전력소비량을 측정했다.

한국전기연구원 김남균 박사팀이 주도한 실험에서 PC 본체와 모니터, 스피커, 모뎀 등에서 소모되는 전력은 평균 173.7W로 나타났다.

이번엔 이 집 안에 있는 767ℓ급 양문형 냉장고(삼성 지펠)의 소비전력을 재보았다. 평균 171W. PC게임에 대형 냉장고 한 대를 돌리는 것과 맞먹는 전기가 소비되고 있었다.

한 가정으로 보면 이 정도는 별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전국 가정에 1300만여대의 PC가 보급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PC로 인한 연간 전력소비량은 400만MWh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500MW급 화력발전소가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1년 내내 발전해내는 양(438만MWh)에 육박한다.

기업용 서버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우리가 살아가는 IT시대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 서초동 하나로 IDC는 서버 2만대를 관리, 운영하고 있는데 한 달에 1만㎾의 전력(항온 항습장비와 기타 전기를 포함)을 소비하고 있다.

가로 60㎝*세로 2.5㎝에 불과한 서버 한 대가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가 쓰는 만큼의 전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IT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해마다 10∼15만대의 기업용 서버가 증가한다. 순전히 서버의 증가만으로 3∼4년 만에 충주시(인구 20만명)만한 도시 하나가 새로 생겨나는 것과 맞먹는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IT시대가 최근 에너지 문제라는 치명적 약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구글이나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G8 정상회담이나 IEA(국제에너지기구) 같은 국제기구들도 IT 기기들의 전력 소비량에 경보를 발령하기 시작했다.

최용석 야후코리아 운영팀장은 “요즘 글로벌 IT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에너지”라며 “머지 않아 IT가 최대의 전력 소비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소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IT 시대의 질주는 계속 될 수 없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