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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_경제

유동성이란 무엇인가 ?


요즘 우리가 자주 듣고 있는 말이 유동성이라는 말이다. 유동성이 풍부하다든가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기사에서 자주 듣는다. 유동성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아도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대부분 우리는 이 말의 의미를 잘 모르면서도 그냥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 동성이 풍부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또는 유동성이 부족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또는 금리가 낮아서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미 국의 경우를 보면 2004년 여름 콜 금리 1%를 17번 올려서 지금은 5.25%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유동성이 풍부하다. 유동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의 하나는 신용등급별 수익률의 차이다. 미국의 정책 금리가 올라가는 중에도 위험 자산과 무위험 자산 사이의 수익률 차이 즉 위험 프리미엄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위험자산의 가격이 많이 올라가서다.

유동성 이라는 말의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제 값을 받고 그리고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말은 예를 들면 주식을 시장 가격을 받고 쉽게 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거꾸로 보면 요구불 예금은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부동산은 유동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금융 시장의 유동성이 아주 풍부하면 부동산을 비롯한 모든 자산을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가 있다.

왜 이렇게 지금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일까? 지금 전세계는 풍부한 유동성이 만들어는 내는 각종 부작용과 위험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유동성이 풍부해진 중요한 원인은 신용이 너무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용이란 또 무엇인가? 그냥 쉽게는 대출/차입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 대출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위험한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대출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따라서 다르다.

갑이라는 사람이 은행에 100을 저축하고 은행이 이 저축을 을에게 대출할 경우 사회 전체로 보면 돈의 구매력에 변화가 없다. 단지 갑의 구매력이 을에게 이동된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출의 증가가 그 나라 경제에 별 문제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대출은 이렇게 일어나지 않는다. 은행은 갑이 저축한 100에서 100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다른 사람들에게 대출해준다. 소위 신용을 창조한 것이다. 또는 중앙은행이 인쇄기를 돌려서 100를 은행에 빌려주면 은행은 이 돈에서 약 900에 가까운 새로운 대출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치 신처럼 무에서 유라는 구매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한 사회가 무한정 신용을 늘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금융기관이 신용으로 대출할 때는 언제나 이 대출이 부도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파생상품이다. 특히 신용 파생상품이다. 신용 파생상품이란 신용이 부도날 경우에 일어날 손실을 대신 갚아주는 일종의 보험 상품이다. 이런 보험 상품을 팔고 사는 시장이 생겨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제 금융기관은 신용 대출을 할 경우, 신용 부도의 위험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위험을 파생상품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넘길 수 있게 되었고, 금융시장 전체로는 이 신용 위험을 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결과로 금융기관은 더 쉽게 그리고 더 많이 신용 대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금융시장은 어느 곳에 대형 부도가 일어나더라도 여러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이것을 흡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우리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다고 표현한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이런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주택대출 중의 일부 분야에서 부도가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금융감독기관들이 앞으로 주택대출을 더 엄격하게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결과 앞으로 주택 대출의 증가 속도가 과거보다 낮아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어쩌면 주택 대출의 잔액이 줄어들 수도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가계는 주택을 매개로 한 대출로 소비 활동을 해왔다. 주택 대출이 이대로 줄어든다면 가계의 소비 활동이 약해질 것이고, 주택의 가격도 내려갈 것이고, 주택 부문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전체적인 경제 활동의 위축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소득이 더 늘어나든가 아니면 다른 매개물을 통해서 다시 대출을 늘리든가 아니면 다른 자산 가격이 올라가야 한다.

지금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주식이다. 주식 가격이 올라가면 이것을 매개로 신용을 늘려서 주택 부문에서 줄어드는 신용을 메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미국 주식 가격을 올리는 주요 요인은 기업의 인수합병 열기다. 인수합병은 동시에 엄청난 대출 즉 기업을 매개로 해서 신용을 늘려준다. 지금 기업 인수합병 시장은 인수 금액에서 계속 최고를 갱신해 나가고 있다.

과연 신용 증가의 매개물이 주택에서 주식으로 잘 이어질 것인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유동성이 막힘 없이 잘 흐를 것인지, 혹시나 이 바통 이어 달리기에서 바통을 땅에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인지 미국 중앙은행을 비롯해서 모두가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