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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열대우림 ' 이살로 ' 여행

[마다가스카르 여행기] 이살로 트레킹


              ▲ 이른 아침, 이살로 국립공원의 외곽
              ⓒ 김준희

이살로 국립공원은 남북으로 길쭉하게 생긴 형상이다. 이 공원을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 보자. 제일 아래에 있는 부분은 내가 오늘 향할 곳이다. 그곳에는 Cascade de Nymphe, Piscine Naturelle이 있다. 거기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내일 향할 장소인 Canyon de Makis, Canyon de Rats가 있다. 이 지명은 모두 프랑스어다. 내가 머물고 있는 마을 라노히라는 이살로 국립공원의 남단에 위치해 있다.

내가 오늘과 내일 향할 장소가 이곳에 찾아오는 일반 여행자들이 주로 가는 트레킹 코스다. 이 장소에 가기 위해서는 라노히라에서 출발하는 방법 밖에 없다. 여기에서 좀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살로 국립공원의 오지라고 부를만한 장소가 나온다. 그 쪽은 일반 여행자들이 좀처럼 가지않는 곳이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마다가스카르의 명소, 이살로 국립공원

하지만 그 주변에는 별다른 숙박시설도 없고 편의시설도 없다. 전기도 없고 수돗물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그 지역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은 텐트와 침낭, 음식, 물 등을 모두 싸들고 가야한다. 그리고 정해진 캠프장에서 텐트를 치고 자면서 야영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한다.

그럴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가이드 조지의 말에 의하면, 1년에 몇십 명 정도 그런 여행자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트레킹이나 여행이 아니라 모험길에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처럼 이살로 국립공원의 북쪽에 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우선 차를 타고 라노히라에서 북으로 25km 떨어진 장소로 가야한다. 그런다음 차에서 내려서 그 많은 짐을 짊어지고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그때부터는 가이드에 의존해서 그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다. 정해진 구역에서 야영을 하고, 필요한 물을 보충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트레킹을 한다.

하루에 약 7시간 걷는다고 치면, 6-7일 정도 여행하면 그 지역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많은 짐이 필요한 길이기 때문에 가이드와 함께 포터도 고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게다가 그 지역은 무척 위험하다. 단단한 바위지역인데다가 경사가 급한 코스가 많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그에 따르는 대가가 있는 법. 위험한 지역이지만 그 지역의 경치가 웅장하고 아름다운데다가, 수많은 여우원숭이도 함께 볼 수 있다.

나도 그곳에 가볼 수 있을까? 지형의 위험이야 대충 감수한다고 치고, 약 1주일 동안의 생고생을 각오할 수 있을까? 텐트에서 불편한 잠을 자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매번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1주일을 걸을 수 있을까? 그 지역을 돌아보고 나면 이살로 국립공원을 여행했다고 큰소리 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험준한 산악지형의 이살로 국립공원


▲ 기암괴석들이 즐비한 이살로 국립공원

ⓒ 김준희


▲ 이살로 국립공원

ⓒ 김준희

오전 7시 30분에 가이드 조지를 만났다. 지금 나의 옷차림은 카고바지에 반팔티, 그 위로 얇은 점퍼를 입고 있다. 오후에는 날이 따뜻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른 아침의 날씨는 쌀쌀하기만 하다. 마을의 상점에서 무엇을 살까. 잠시 둘러보았지만 특별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물 한병과 작은 빵 하나, 그리고 바나나 한송이를 집어들었다.

"이게 내 점심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출발했다. 이살로 트레킹의 첫날이다. 오늘 가는 곳은 모두 물이 모여있는 곳이다. 작은 폭포와 계곡 깊숙한 곳에 모여있는 물이 오늘의 목적지다. 물론 우기에는 많은 비 때문에 물의 양이 많아진다. 그때에는 커다란 폭포로 변하는 장소들이다. 오전 8시,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몰려있다.

"조지, 오늘 비가 올거 같아요?"
"아뇨, 곧 맑아질거에요"

우리는 작은 가방을 메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라노히라 마을에서 이살로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탁트인 평원이다. 종종 카멜레온도 보이고, 도마뱀도 있고 특이한 울음소리를 가진 새도 있다. 조지는 그런 동물들이 나올때마다 멈춰서서 나에게 일일이 설명해준다.

이살로 국립공원에는 별다른 담이나 울타리가 없다. 하긴 워낙 넓기 때문에 울타리를 칠 엄두가 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 공원에는 수많은 기암괴석이 있는 험한 지형도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도 있고 마치 열대우림을 연상시키는 숲도 있다.

우리는 열매우림같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언제 비가 왔을까. 머리 위에 늘어선 나뭇가지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바닥은 미끄럽다. 앞장선 조지는 잘도 걸어간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는 나는 연신 뒤뚱거린다. 옆으로는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자칫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저 물위로 쓰러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속도보다는 안전이 우선. 나는 천천히 조지의 뒤를 따라갔다.

이 숲의 깊은 곳에 있는 Piscine Bleue, Piscine Noire를 차례대로 들렀다. 많은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곳을 헤치고 나아가면 이곳에 도달할 수 있다.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우리는 Piscine Noire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물을 마시고 바나나를 먹었다. 영어로는 'Black Pool'이라고 부르는 장소다. 수심이 깊어서 그런 명칭을 얻었다고 한다. 조지는 바나나를 먹고나서 그 껍질을 뒤의 숲으로 던진다. 조지가 말한다.

"바나나 껍질이나 오렌지 껍질 같은 것들은 여기에 버려도 되요. 대신에 깡통이나 플라스틱 병은 이곳에 버리면 안되요"

많은 야생동물들이 있는 이살로 국립공원


▲ 이 놈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 김준희


▲ 검은 물, Piscine Noire

ⓒ 김준희

당연한 이야기다. 이 곳에 앉아있자니 다른 가이드와 여행자들도 차례차례 오고있다. 지금은 성수기로 향하는 시점이다. 라노히라에는 얼마나 많은 가이드가 있을까?

"가이드요? 대충 60명 정도 되요"
"무지 많네요. 어느나라에서 오는 여행자들이 많아요?"
"프랑스 여행자들이 제일 많구요, 그 다음이 이탈리아, 미국이에요. 동양에서 오는 여행자들은 일본사람들이 많아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마다가스카르로 오는 직항이 있다. 그래서 이 두나라 출신 여행자들이 가장 많은 것인지 모른다. 조지의 말에 의하면, 이곳의 가이드들은 기본적으로 프랑스어를 할줄 안다. 거기다가 이탈리아어를 할줄아는 가이드도 많고, 영어 가이드도 많다고 한다. 일본 여행자들 때문에 간단한 일본어 한두마디를 할 수 있는 가이드도 있다. 이살로 국립공원이 명소인만큼, 작은 마을 라노히라에는 10개가 넘는 호텔이 있다.

게다가 공원입장료와 가이드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이곳에 오는 여행자들은 기본적으로 하루에 몇만 아리아리를 쓸 수 밖에 없다. 마다가스카르 현지인들의 소득수준은 한달에 십만에서 2십만 아리아리다. 우리돈으로 치자면 대략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다.

성수기때 수많은 외국인들이 라노히라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다고 상상해보자. 이들에게서 거두어들이는 입장료와 가이드비용만해도 엄청난 수준이 된다. 작은 마을 라노히라는 앞으로 점점 커져가지 않을까.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걸어서 우거진 숲을 빠져나왔다. 20분 정도를 걸어서 우리는 캠프장에 도착했다. 여기는 이살로 국립공원에 있는 여러 개의 캠프장 가운데 하나다. 그중에서 시설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한다. 취사장과 화장실, 샤워실이 따로 있고 지붕이 얹혀진 테이블도 있다.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서 다시 숨을 돌렸다. 어느새 몸에는 땀이 흐르고 있다. 나는 점퍼를 벗어서 가방에 집어넣었다. 시간은 오전 10시 10분.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가볍게 걷는 듯한 소리, 땅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듯한 소리, '킁킁'거리는 듯한 작은 소리. 나는 조지를 보았다. 조지가 말했다.

"여우원숭이들이에요!"


▲ 이살로 국립공원의 캠프장

ⓒ 김준희
[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