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머루 농원 풍경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성공하는 조직을 만들어낸다. 성공하는 농업인들도 마찬가지다. '농업도 이제 변해야 산다' 라는 말은 많이 듣지만, 그 누구도 ‘어떻게(How to)’에 대해서는 그다지 명쾌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농촌사회에 정말 필요한 메시지는 성공하는 농업인들의 내면속에 숨어있는 7가지 습관을 살펴보는 일이다.
부지런함이 으뜸의 덕목이었던 ‘성실농업의 시대’는 지나가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함께 농업에 접목시키는 창조농업이 오늘날 성공농업의 덕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변에서 농업경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습관을 살펴보자. 거기에서 성공의 해답을 찾을 수 있으며, 실패를 하더라도 또 하나의 큰 실패를 막는 예방주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기본적으로 동화만사성(洞(마을)和萬事成)을 생각한다.
즉 조직원간에 화목해야 마을 일도 잘된다는 얘기다. 충남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에서 10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민구(32)씨는 나 홀로 성공보다는 마을 농가 전체가 성공해야만 장기적으로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팜 스테이를 같이 하자고 설득을 하기도 하지만 당장에 돈이 들기 때문에 망설이는 주민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곧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앞으로 정부 지원이 따라 주고, 제가 이끌어 나간다면 가능 할 거예요. 마을 전체가 팜 스테이를 하게 되면 점심은 밥을 맛있게 하는 농가에 가서 먹고 오후에는 오리농법으로 농사짓는 논에 가서 체험하고 이런 식으로 마을 전체를 도는 거죠.”
근래 친환경농법이 널리 보급이 된 것은 다행이지만 유기농 쌀이 포화 상태가 되고 소비자들은 신뢰도를 의심하는 지경이 되어 제 값을 받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도 민구씨는 팜 스테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민들이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떻게 친환경 쌀을 만드는지 직접 보면 신뢰도가 생길 것이고 그 자리에서 구입을 하면 직거래가 된다. 이렇게 되면 도시 사람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먹어 좋고, 농촌은 수입 올려 좋아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또 한 가지 민구씨가 생각하고 있는 사업은 ‘도-농간 문화센터’ 이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임대해 환경농법 연구, 농업 체험을 통한 생태교육, 문학인과 만남, 농업과 철학 강의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도시민을 불러들이고, 마을주민도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볼 작정이다.
둘째, 농업에 반드시 색(色)을 입히고,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킨다.
그래야만 농산물도 제값을 받는다는 얘기다.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의 김민중씨(32세)는 원래 연예인을 꿈꾸었던 까닭에 농사와는 거리가 먼 집안이었고, 쌀이 나무에서 나는 줄 아는 도회지의 꼬마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추 오빠’, ‘다솜추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젊은 농삿꾼이 색다른 상추를 재배하는 것도 이야기거리지만, 재배 방법도 독특하기 짝이 없다. 독특한 재배방법이란 상추에게 힙합을 들려주는 것이다. 젖소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경우는 있어도, 상추에게 힙합을? 정말 상추에게 힙합을 들려주면 잘 클까? 과학적 근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힙합을 좋아하는 민중씨가 힙합을 틀어놓고 즐겁게 일하면 상추도 예쁘고 크게 쑥쑥 자라는 것이다.
민중씨가 연예인이 되고 싶어했던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중씨는 농사를 지어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됐다. 현재 민중씨가 구상중인 것은 농업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이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상추를 위한 방송이다.
비닐하우스 안에 DJ 박스를 차려 놓고 상추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틀고 상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송을 인터넷으로 중계를 하겠다는 것이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이 국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다시 말해 농업과 엔터테이너의 결합, 이것이야말로 관광농업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민중씨는 고수하고 있다.
셋째, 역시 긍정적인 열린 사고를 근본으로 한다.
경북 예천에서 일본으로 꽃을 수출하는 박세우(30)씨는 성공담만큼이나 실패담도 많다. 처음 남천을 시작할 때 중국에서 씨를 수입했다. 육모를 하는 동안 씨가 썩어 버렸다. 씨가 얼어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씨를 수입한 업체에 문제 제기를 하자 업체에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이태리산 남천씨를 구해 주어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제주도와 경남에서만 자랄 수 있는 꽝꽝나무를 들여와 실패, 또 피라칸사도 망쳤다. 종자를 가져오는 시기가 부적절했다. 봄에 가져 와야 되는데 가을에 가져와서 심은 데다 가식을 해 놓은 상태에서 물 관리까지 잘못해 망쳐 버렸다.
이처럼 생명이 있는 것은 복잡하다. 때문에 세우씨는 실패를 했다고 해서 좀처럼 낙담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던 긍정적인 열린 사고가 필요하지 않은 사업은 없다. 특히 농업의 경우 열린 사고는 가장 기본적인 성공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넷째, 항상 고객의 편에서 생각하고 판단한다.
강남에서 전북 진안으로 귀농하여 ‘무릉원’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용씨와 부모님은 손님맞이의 세 가지 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
첫째,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실 때 주차장까지 나간다. 둘째, 손님의 차가 마을을 빠져 나갈 때까지 주차장에 서 있는다. 손님들 대부분이 마을 어귀를 빠져 나갈 때면 고개를 돌려 자신들이 묵었던 무릉원을 바라본다. 이 때 손을 흔들어 인사하기 위해서다. 손님이 갔다고 주인이 얼른 돌아서서는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먼저 온 손님에게 최선을 다 한다.
무릉원이 운영하는 식당 ‘미학’은 여러 팀의 손님을 한꺼번에 받지 않는다. 한 번에 한 팀만.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 4명이 한 팀이 되어 예약을 한 뒤에 10명이 한 팀이 되어 오시겠다고 하면 정중히 다음에 오시기를 권유한다. 식당은 넓지만 산골짜기 식당을 찾아 온 손님에게 도시의 번잡한 식당처럼 모실 수는 없다는 게 식당 ‘미학’의 원칙이다. 당장에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이런 점들이 쌓여 결국은 무릉원 매니아들을 만들어낼 정도가 된 것이다.
먹거거리도 마찬가지다. 모든 농산물의 최종 고객은 소비자이다. 경제성장으로 농식품 소비패턴은 다양화, 간편화, 고급화되어 가고 있고 이러한 소비자의 농식품에 대한 다양한 욕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품질을 행상시키지 않은 채 더 이상 신토불이와 애국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 농업도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여 소비자 앞에서 당당하게 수입농산물들과 경쟁하여야 한다.
다섯째, 장인정신을 이어간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서 부모님과 함께 산머루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충원(30)씨가 2006년 7천평 머루농원에서 얻은 매출액은 15억원이다. 이 곳에서는 연간 10만병(6종)의 머루즙과 20만병(9종)의 머루주를 생산한다. “아직도 세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험한 산이 많다”는 충원씨는 몇 백 년씩 가업으로 포도주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포도주 명가처럼 되기 위해서는 술맛을 제대로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주류회사 출신의 전문컨설턴트와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지만 부단히 노력해야 된다는 것이 충원씨의 생각이다. 최고의 맛을 찾는 건 오랜 세월에 쌓이고 쌓여야 가능한 일이기에 아버지에 이어 충원씨, 다음은 아들인 동희로 징검다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산머루농장에서는 머루가 익어가듯이 머루 와인 명가의 꿈도 익어가고 있다.
여섯째,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정보를 공유한다.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에서 부모님과 함께 벼농사와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오세철(27)씨는 한국농업대학 특용작물과 졸업생이다. 세철씨는 인삼 농사 잘 짓기로 꽤나 유명해 한국농업전문학교 동기나 후배들이 인삼 재배방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기까지 한다.
보통 인삼경작자들은 재배방법을 기밀로 여기고 가르쳐주지 않는데 세철씨는 그렇지 않다. 아버지가 하던 방법, 자신이 도입한 방법 등 배경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아는 것은 최대한 공개한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학교 동문들이다. 그들이 성공해야 세철씨도 좋다. 몸에 좋은 인삼이 잘 재배되어야 국민 건강에도 이바지 하는 것이고, 세계시장에서도 더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것 아닌가. 배운 사람답게 거국적으로 생각하는 세철씨다.
일곱째, 주관을 이겨낼 줄 안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 낙동리 제일농장의 전영석, 염영주 부부는 서른 살 동갑나기, 한국농업대학의 동기동창생으로 15만여 평이 넘는 밭에 고랭지채소ㆍ더덕ㆍ오가피를 키우고, 산자락 60만평에 잣나무와 산채, 약초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1,200여 평 규모의 축사와 퇴비공장이 있으며, 연간 15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큰 농장이다. 이들 부부는 주관을 이기면 성공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흔히 농사짓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대부분 혼자 아니면 가족과 일을 하니까 일에 빠져서 다른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작목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조사와 정보 수집입니다. 그 다음에 판단하고 밀고 나가야죠.”
영석씨는 농장 일을 하는 틈틈이 사람 만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즉 사람을 많이 알고 있어야 주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농업을 피해가려고 한다. 하지만 성공하는 농업인들은 자신을 믿고 서로 의지하며 7가지 습관과 함께 한국 농업의 앞날을 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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