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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중동원유 ‘줄이고’…대안에너지 ‘늘리고’ - 한국은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

중동원유 ‘줄이고’…대안에너지 ‘늘리고’


최근 유가 100달러 시대의 개막이 임박하면서 해외 석유개발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외 석유개발은 가격 급등에서 오는 충격을 완화하고 원활한 원유 수급을 위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석유 소비량의 82.2%를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고유가로 석유개발 사업의 인기는 더욱 치솟고 있다. 정부는 현재 3.2%에 불과한 석유와 가스의 자주개발률을 2016년 2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이 유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꼽는 것은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다. 연구자들마다 구체적인 추정 시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인류는 원유고갈을 향해 가고 있다. 이르면 2010년, 늦어도 2027년 원유생산량은 정점에 도달한 후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고유가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경제적 측면 외에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CO2) 발생량을 줄이는 환경적 측면에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유전개발 ‘고위험 고수익 사업’

지 난해 공공부문과 민간 기업을 합한 우리나라의 해외 석유개발 투자규모는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20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해외 석유개발 투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국제유가의 급등 때문이다. 지난 2003년만 해도 배럴당 26.76달러(현물 기준)수준이던 중동산 두바이유는 지난 10월 30일 배럴당 83.6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동일한 매장량의 유전에서 챙길 수 있는 수익이 세 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2006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확보한 해외 유전의 가채 매장량은 9억500만 배럴로 전 국민이 1년 남짓 쓸 수 있는 양이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매년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해 해외자원 개발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관련 기술 수준은 선진국 메이저 석유회사의 50~6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자원개발 인력은 540명 규모로 세계 50위권 석유개발회사 한 곳의 6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해외 석유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한국석유공사다. 현재 전 세계 15개 국에서 7개의 생산사업, 3개의 개발사업, 18개의 탐사사업 등 총 28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7개 해외 생산 광구에서 매일 약 4만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체 가운데는 SK에너지가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SK에너지는 1983년부터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해왔지만 한동안 주력 사업인 석유정제나 석유화학 분야에 밀려 ‘있으나마나 한’ 사업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말부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개발 사업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지난해 석유개발 사업으로 매출 3355억 원, 영업이익 2152억 원을 올렸다. 매출 비중은 1.4%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18.4%에 달했다.

SK에너지는 1984년 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대박’이 터지면서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신헌철 SK에너지 사장은 “당시에는 지금까지 20년 이상 계속해서 원유가 들어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가 급등으로 마리브 광구의 수익성도 크게 치솟았다.

그러나 석유개발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의 특성을 갖고 있다. 원유가 터지면 한 번에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건질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석유탐사의 성공 확률은 5~1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개척지에서 시추할 경우 성공 확률은 5% 미만이다. 기존 광구 인근의 경우에도 성공률은 15%를 넘지 못한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산유국들의 국영석유회사나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100년 이상 개발 사업을 해 육지 광구나 대륙붕 등 비교적 쉬운 지역은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다”며 “환경이 열악한 극지나 심해저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기존 광구의 매입은 큰 위험 없이 안정적으로 원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공급량 확대에도 훨씬 유리하다. 최근 적극적으로 광구 매입에 나서고 있는 곳은 중국과 인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석유업계의 바보’로 불렸다. 시세보다 높은 값을 지불하고 광구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유가 급등으로 중국의 매입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기존 광구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대안에너지 열풍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국내 보급률은 뜨거운 열기에 비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태양력, 풍력, 바이오 등 대안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27%(2006년)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가운데 76%를 쓰레기 소각장 매립가스가 차지한다.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는 대안에너지의 종류는 다양하다. 산업자원부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 지역,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등 8개 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발전, 수소에너지 등 3개 신에너지를 구분해 놓고 있다. 대안에너지 산업은 정부 지원과 함께 성장하는 게 보통이다. 화석에너지에 비해 생산단가가 높아 초기 시장 형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굳이 더 비싼 대안에너지를 선택해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대안에너지 기술로 생산한 전기를 정부에서 더 비싼 값에 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2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은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

신·재생에너지 중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고 것은 태양광과 풍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먼저 활성화 된 것은 풍력 발전이다. 제주도와 대관령 등에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가 건설되면서 한때 붐을 이뤘지만 지금은 주춤한 상태다. 편서풍이 안정적으로 부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바람의 질이 고르지 않아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외국 제품을 들여와 사용하다보니 사후 관리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태양광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 가운데 하나다. 태양광 발전은 섭씨 25도 기온에서 최고의 효율을 낸다. 기온이 섭씨 25도를 초과하면 효율이 오히려 떨어진다. 태양전지가 열을 받아 역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적정한 기온과 일조량 등을 갖춰 유럽보다 태양광 발전에 더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최근 태양광 발전 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현재 전남 신안과 무안, 경북 영덕 등에 MW급 태양광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건설을 추진 중인 곳은    전남 신안과 고흥, 전북 고창, 경북 영주, 경남 김해와 밀양 등 큰 것만 따져도 6곳이 넘는다. 에너지관리공단의 태양광 발전 통계는 최근 급증세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국내 태양광발전소 1호는 신태양에너지가 지난 2004년 9월 경북 칠곡에 건설한 발전소다. 이 발전소의 시설용량은 200kW에 불과했다. 그 후 태양광발전소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5년 15개(1.138MW), 2006년 51개(9.068MW)로 뛰었으며 지난 9월 말 현재 105개(17.504MW)에 달한다. 더 놀라운 것은 현재 건설 중이거나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소 숫자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건설 허가를 받아 짓고 있거나 사업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소는 무려 441개, 270MW로 파악된다. 그동안 국내에 건설된 것보다 15배 이상 많은 태양광 발전 설비가 지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기 업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동원그룹은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를 통해 지난 10월 22일 전남 강진에서 태양광 발전소인 ‘동원 솔라파크’의 사업 운전을 시작했다. 동양제철화학도 기존 태양광 사업 확대에 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STX그룹은 태양광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태양전지 제조 및 태양광 발전 사업을 수행하는 ‘STX 솔라’를 설립할 예정이다. LG전자 역시 태양광 발전사업을 담당할 계열사 ‘LG솔라에너지’ 설립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8월 ‘광에너지랩’을 만들어 태양광 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