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디지털 주크박스 업체인 이캐스트(ecast)의 CEO 로비 반-아디베는 크리스 앤더슨에게 주크박스에서 선택할 수 있는 1만 종의 앨범 중에서 분기당 단 1곡이라도 팔린 앨범이 몇 퍼센트나 될지 맞춰보라고 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전체 상품 가운데 20퍼센트가 80퍼센트의 매출을 올린다는 80/20법칙에 의해 정답은 20퍼센트일 것이다. 하지만 로비 반-아디베는 디지털 컨텐츠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를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그는 1만 종의 앨범 가운데 분기당 1곡 이상 팔린 것은 50퍼센트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터무니 없이 높은 수치다. 보통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매출 상위 1만 종 가운데 절반이 분기에 1권씩 판매되지는 않는다. 월마트에서도 매출 상위 1만 종의 CD 가운데 절반이 분기에 1장씩 판매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월마트는 그 CD 가운데 절반 정도는 매장에 비치해두지도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상품들이 매우 소량씩 팔리는 시장을 생각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디지털이 창조해낸 새로운 시장은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과는 다르고, 엄청난 판매를 올리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20퍼센트보다 훨씬 많이 잡아 50퍼센트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로비 반-아디베의 대답은 애써 큰 배포를 보인 크리스 앤더슨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98퍼센트! 이 놀라운 수치가 바로 정답이었다. 이후 리서치 프로젝트에서 착수했고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얻었다.

애플은 아이튠스가 서비스하는 100만 곡들을 적어도 1번씩은 판매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난 분기에 자사의 25,000종의 DVD 가운데 95퍼센트를 1번은 빌려주었고, 아마존의 경우 도서판매 조사결과 분기에 상위 10만 종의 도서 가운데 98퍼센트를 한 번은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전반기에 크리스 앤더슨은 여러 강연을 통해 롱테일 이론을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연구를 구체화해나갔고 최초의 강연 제목은 ‘98퍼센트 법칙’이었다. 이른바 롱테일 법칙의 탄생이다.

『롱테일 경제학』 p.40~45에 나오는 내용을 각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