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 인간은 신화의 세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어스름처럼 신화적 상상력이 지배하는 세계는 비합리성과 야만성이라는 어두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인간에게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횃불이 필요했습니다. 우주를 좀 더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사회에 넘쳐나는 비합리성과 부조리들을 넘어서기 위해서, 보다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합리적 이성과 냉철한 분별력을 바탕으로 현상과 현상들 사이, 사물과 사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법칙들이 있다면 그것을 발견하려는 노력은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국제천문연맹(IAU)이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시킨 2006년으로부터 약 400년 전,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가 타원임을 최초로 밝히고, 여러 행성의 운동을 세 가지의 역학적 법칙으로 설명했던 요하네스 케플러는 다음과 같이 기록해 놓았다.
" 새가 노래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새들은 노래하도록 만들어진 피조물이라, 노래함이 새들에게 곧 기쁨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왜 인간이 하늘의 비밀을 헤아려 보려고 골머리를 썩이는지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자연 현상은 다채롭기 이루 말할 수 없고, 하늘은 숨겨진 보물로 가득하다. 이는 오로지 인간의 정신이 새로운 양분을 취하는 데 모자람이 없게 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바로 이 같은 케플러의 이론은 우주 비밀을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의 모태가 된 것이며 과학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
(가) 별과 은하의 나이를 재는 법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나이가 수억 살인 은하를 아기 은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아주 오래전 초고밀도로 압축된 우주가 폭발하는 빅뱅의 순간을 거쳐서 탄생했는데, 이때부터 우주는 팽창을 거듭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우주가 생성된 직후부터 오늘날까지 팽창해온 시간이 약 137억년인데, 이것이 바로 '현재 우주의 나이'가 된다.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가 형성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20억년 전의 일이다. 즉 우리 은하의 나이가 120억살이라는 뜻이다.
우주의 나이나 우리 은하의 나이와 비교해 보면 1억살짜리는 물론 10억살짜리 은하도 비교적 최근에 태어난 아기 은하라고 할 만하다.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현재 우주의 나이를 하루 24시간으로 줄여 보자. 대부분의 은하들은 새벽 1시쯤 형성되기 시작해서 동틀 녘이면 이미 원숙한 은하가 된다. 반면에 5억살짜리 은하는 밤 11시가 돼서야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은하의 나이는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다루기가 까다로운 개념이다. 은하의 나이는 그 은하에서 '가장 오래된 별'의 나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가 탄생한 직후 고온과 고밀도의 조건 속에서 쿼크와 양성자의 생성을 시작으로 전자와 중성자를 거쳐서 수소와 헬륨 원자핵에 이르기까지 우주 물질의 기본적인 재료들이 아주 짧은 시간에 생성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원소는 수소와 헬륨인데, 이들로 이뤄진 가스 구름들이 서로 충돌하고 뭉쳐지면서 원시은하가 형성됐다. 이미 별이 생성되고 있는 가스 구름들끼리 합쳐지기도 하고, 가스 구름들이 뭉쳐진 이후에 별이 생성되기도 했을 것이다. 밀도가 높아진 가스 구름 속에서 수소의 핵융합이 시작되면 빛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서야 비로소 별이 생성된 것이다.
별이 생성되면 은하의 나이를 계산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은하가 형성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5억년 전에 첫 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면, 그 은하의 나이가 바로 5억살인 것이다. 물론 별이 아직 생성되기 이전 상태인 가스 구름만으로 이뤄진 원시은하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은하가 태어나기 전인 태아 상태인 셈이다.
천문학자들은 그동안 빅뱅 이후 10억년 정도 흘렀을 무렵부터 대부분의 은하가 집중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해 왔다. 새로운 은하의 형성 비율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급격하게 낮아져서 최근에는 아주 작은 난쟁이 은하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은하가 거의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아기 은하를 발견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갤렉스(한국ㆍ미국ㆍ프랑스가 합작해 2003년 4월 28일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 자외선 우주관측 위성)로 관측한 결과 놀랍게도 우리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20억~40억광년 거리에 있는 밝고 콤팩트한 아기 은하들을 발견한 것이다. 더구나 나이가 1억~10억년 정도인 이들 아기 은하는 100억년 이전의 우리 은하의 모습과 아주 비슷한 특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기대하지 못했던 우리 은하의 옛 모습을 닮은 아기 은하가 있고, 우주에서는 여전히 은하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측 결과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마치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공룡이 우리 집 앞마당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이제 우리 은하의 어린 시절을 닮은 아기 은하들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천문학자들이 벌써 '살아 있는 화석'인 이들 은하의 연구를 통해 우리 은하 행성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 우주 비밀을 밝히는 인류의 숙제
미국 플로리다주 에 있는 케이프커내버럴 발사기지에서 명왕성 및 카이퍼 벨트(Kuiper Belt)를 탐사할 우주선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호'가 2006년 1월 발사됐다. 뉴호라이즌스호는 향후 9년 반 동안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는 근접비행법을 이용해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력인 시속 7만5000㎞로 비행한 후 2015년 7월에 명왕성 가까이 갈 예정이다.
명왕 성은 1930년 미국의 아마추어 과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한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었으나 2006년 현재 행성에서 제외돼 왜소행성으로 분류된 상태다. 질량은 지구의 약 500분의 1이고, 크기는 약 5분의 1, 표면 온도는 약 -220도 정도로 분자운동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낮은 곳이다.
또한 카이퍼 벨트는 얼음과 먼지로 된 소행성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이처럼 보잘 것 없는 티끌과 얼음덩어리 소행성 무리를 탐사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가며 우주탐사선을 보내는 인류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 목적은 46억년 전 태양계 생성 이후 그대로 보존돼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태양계 외곽 천체의 구성 물질을 알아내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속에는 보다 더 중요하고 숭고한 목표가 있다. 그것은 서양과학사를 빛낸 여러 과학자의 꿈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다) 과학자들의 순수한 꿈을 실은 우주선
우 주를 움직이는 힘의 근원을 밝혀낸 아이작 뉴턴은 당대 최고의 과학자지만 그는 오랜 시간 연금술을 연구한 적이 있었다. 뉴턴은 방대한 양의 고대 연금술이 기록된 고서들을 탐색했고, 이 연금술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세계를 알고자 했다.
그는 우주가 움직이는 원리는 알아냈으나, 그 우주를 움직이는 만유인력의 근원에 대해서는 규명할 수 없었다.
그 후 20세기 초 중력의 비밀을 밝힌 사람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1907년 12월,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진다는 혁명적인 이론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고, 1911년에는 태양을 스쳐 지나가는 별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것을 관측함으로써 이를 증명해냈다.
1915년 마침내 그는 '질량을 가진 물체는 공간을 휘게 한다'는 상대성이론을 완성했고, 중력은 공간이 휘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임을 밝혀냈다. 그 이후 인류는 우주선을 제작해 69년에는 아폴로11호를 타고 달에 발자국을 남겼다. 보이저호, 패스파인더호 등 태양계 내부의 탐사선들을 우주로 보내기도 했다.
지구를 출발해 태양계 끝을 향해 항해하고 있는 뉴호라이즌스호에는 두 가지의 상징적인 화물이 실려 있다.
하나는 명왕성을 최초로 발견한 클라우드 톰보의 유해 일부이고, 또 하나는 이번 탐사 계획을 지지하고 관심을 보인 세계 네티즌의 이름이 담긴 CD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은 욕망이 아니라 꿈이며 희망이다.
인류 문명은 자연의 섭리와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기 위해 밤을 하얗게 새우며 끊임없이 하늘을 지켜보았던 과학자들의 순수한 희망과 꿈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비밀을 풀려는 인류의 꿈과 열정이 영원하다면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우주시대는 현실 속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유홍선 토피아논술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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