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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_경제

현대중공업 vs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세계 조선소 1·2위다. 현대중공업은 2위와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들어 삼성을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비교되는 것 자체를 불쾌해한다. 삼성중공업은 “속으로도 그렇게 여유가 있는지 보자.”며 벼른다.2005년 대우조선해양을 잡고 세계 2위로 올라선 삼성은 상승세가 매섭다.
 

현대 ‘초대형 컨船’, 삼성 ‘해양설비’ 각각 우위

객 관적인 전력은 현대가 절대 우위다. 올 상반기에 현대는 5조 3000억원, 삼성은 3조 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1조 6000억원 이상 차이 난다. 영업이익은 현대(5415억원)가 삼성(1926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수주잔량 기준으로 매기는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도 현대(1381만CGT,CGT는 표준 화물선 환산톤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0만CGT대를 기록하며 삼성(943만CGT)을 여유있게 앞섰다. 정년은 59세로 국내 조선소 가운데 가장 높다. 그만큼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에 전념할 수 있다.

현 대중공업측은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세계 4위)과 현대삼호중공업(세계 7위)까지 포함하면 조선분야에서의 현대 위치는 지존”이라며 “설사 단일 조선소만 놓고 보더라도 1,2위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고 잘라 말했다. 조선업계 최초로 올해 매출 10조원대를 돌파, 삼성의 추격 의지에 쐐기를 박는다는 목표다.

하 지만 삼성중공업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예상을 깨고 ‘반기(半期) 100억달러 수주’ 세계 최초 기록은 삼성이 거머쥐었다. 올 상반기에 101억달러를 기록했다. 현대는 89억달러에 그치며 역전을 처음 허용했다. 수주잔량에서도 삼성(350억달러)은 현대(266억달러)를 처음 앞질렀다. 척수로 따지면 현대가 더 많다. 이는 삼성이 값비싼 고부가가치선을 더 많이 수주했다는 얘기다.

배 를 만드는 도크(dock) 수(5개)도 현대(9개)의 거의 절반이다. 그런데도 건조량 차이는 25%(103만GT)에 불과하다.“그만큼 생산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삼성은 자랑한다. 실제, 로봇을 이용한 삼성의 생산 자동화율(65%)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삼성은 조선 인력의 평균 연령이 35세라는 점도 강조한다. 국내 조선소 가운데 가장 젊다. 현대는 44세다. 삼성은 “2010년에는 세계 초일류 조선소로 도약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바다… 땅… 신(新)공법 장군멍군

고부가가치선 중에서도 현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세계 물량의 40%를 거머쥐었다. 지난달 말에는 ‘꿈의 컨테이너선’이라 불리는 1만TEU급(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만개가 들어가는 크기)을 바다에 띄웠다.

삼 성은 특수선에서 앞선다. 얼음을 깨며 원유를 실어나르는 극지용 쇄빙유조선과 선박 중에서 가장 비싸다는 드릴십(바다에 고정시킨 채 원유를 시추하는 설비)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선) 등 해양설비 쪽에 유난히 강하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가 열번째 도크를 오는 11월 짓는다는 점이다. 한 임원은 “신규 도크는 해양설비 위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상대적 열세였던 ‘삼성의 텃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세계 선두기업답게 두 회사는 공법에서도 한 수씩 주고받았다. 후발주자인 삼성은 육상 도크가 부족하자 2001년 ‘움직이는 도크’를 착안해냈다. 바다 위에 바지선을 띄워놓고 배를 만드는, 이른바 ‘플로팅(floating) 도크 공법’이다. 대우조선도 지난해 이를 벤치마킹했다.

하 지만 현대는 조선소(울산)가 있는 동해의 파도가 심해 플로팅 도크를 시도하기가 힘들었다. 그러자 아예 배를 땅에서 만드는 역발상으로 맞불을 놨다. 배는 도크에서만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2004년 세계 최초로 육상공법을 선보인 것이다. 완성된 선박은 배 밑에 레일을 깔아 도크로 옮겼다. 이 공법 덕분에 현대는 평균 건조기간을 한달(85일→55일)이나 줄일 수 있었다. 요즘 두 회사는 크루즈선 등 미래 먹거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무분규·장수 CEO 공통점

선진 노사문화는 두 회사의 공통된 경쟁력이다. 현대는 13년째 무분규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은 그룹 문화에 따라 노조가 아예 없다.

골 리앗 크레인 농성으로 유명했던 강성 현대 노조가 1995년부터 무분규로 돌아선 데는 정몽준 대주주 겸 국회의원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당시에는 정 의원이 경영에 참여했던 시절이었다. 그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 단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사원(노조원)들의 복지에 파격적으로 돈을 쏟아부었다.“해봤어?” 하며 직원들을 다그치기만 했던 선대 회장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 임원의 얘기다.“지금도 정 의원은 노조를 만나면 예전과 똑같은 말을 한다.‘의견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물에 침은 뱉지 마라’라고.” 대주주나 그룹이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것도 두 회사의 공통점이다. 민계식(65) 부회장과 김징완(61) 사장은 2001년부터 나란히 현대와 삼성을 각각 이끌고 있다.

민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지런한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날마다 새벽 6시에 출근해 새벽 2시에 퇴근한다.20년째 변함없는 일과다.‘백발의 마라토너’로도 유명하다. 환갑을 훌쩍 넘긴 요즘에도 점심시간이면 직원들과 10㎞를 달리며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 전문 지식이 워낙 해박해 웬만한 현장 기술자도 그 앞에서는 쩔쩔 맨다. 조선공학 석사(미국 UC버클리대), 해양공학 박사(MIT대)다.

김 사장은 그룹내 미운 오리새끼이던 삼성중공업을 효자로 키워낸 주역이다.‘미스터 품질’로 통한다. 입만 열면 “고객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품질을 만들라.”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삼성에 배를 주문한 고객(船主)이 다시 찾아온다는 지론이다. 고객이 품질 불만을 단 한 건이라도 제기하면 거액의 연체 수수료를 물더라도 완벽해지기 전까지 선박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2005년의 ‘품질 마지노 선언’도 그렇게 해서 나왔다. [서울신문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