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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_경제

장기투자, 과연 안전한가?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외환위기 때의 주식 폭락과 IT버블에 대한 기억으로 그 동안 주식은 일반인들에게 기피대상이었다. 더욱이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은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던 지지부진한 시장상황에서 사치였다.  

그러나 올해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훌쩍 넘어 2000포인트에 도달하면서 주식에 대한 관심이 증대됐다. 장기투자자들이 대박을 터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기투자 방식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장기투자에 대한 호의적인 주장은 미국의 주식시장에 근거하고 있다. 1990년대 말 IT버블시기에 급등락은 있었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1980년 110수준이었던 S&P500지수가 2007년에는 1500대를 기록하면서 장기투자자들은 고수익을 실현했다. 따라서 장기투자는 미국인들에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장기투자가 모든 나라에서 안정적 고수익을 보장했던 것은 아니다. 2004년에 발표된 ‘비이성적 낙관주의(Irrational Optimism)’라는 논문은 장기투자로 수익을 보장받으려면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Irrational Optimism". Financial Analysts Journal, January/ February, 2004). 16개국의 주식시장을 연구했는데 20년 장기투자로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의 실질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는 미국·호주·캐나다·덴마크뿐이었다. 플러스 수익률을 보장받기 위해서 일본·프랑스·독일·스페인의 투자자들은 50~60년 동안 투자해야만 했고, 이탈리아와 벨기에의 경우는 그 기간이 더욱 길어져 70년을 기다려야 했다. 즉 투자자들이 투자시점을 잘못 선택했을 경우 플러스 실질 수익률 실현을 위해서 일본·프랑스·독일·스페인에서는 50~60년, 이탈리아와 벨기에서는 70년을 기다려야 했다.

장기투자로 플러스의 수익률 보장받기 위해서는 2가지 가정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주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강세장의 기간이 약세장의 기간보다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률이 플러스가 되기 위해서는 주식가격 상승이 절대적이고, 잘못된 시점의 선택에 따른 손실기간 축소를 위해서는 강세장보다 약세장이 짧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정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이미 깨져 버렸다. 일본의 주가지수인 닛케이225가 1989년 말 4만선 근처까지 상승했으나, 18년이 지난 올해는 최고치에 절반에도 못 미치지는 1만4천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투자는 안전한 투자방법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기투자를 신뢰할수록 더욱 그렇다.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사기만하고 팔지는 않는다면 버블이 형성되어 장기투자자들은 이익은 고사하고 손실을 볼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장기투자의 최대의 적은 ‘믿음의 쏠림’이다. 버블역사가 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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