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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친환경동물 이용 농업 - ‘꿩먹고 알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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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오리·왕우렁이 등으로 무공해 농산물 키우고 환경도 지키고

‘환 경은 우리에게 맡겨라.’ 최근 윤도현씨(63·전남 강진군 사당리)는 인근 탐진강에 참게 100만 마리를 방류했다. 그가 방류한 참게는 올해 힘들게 인공부화에 성공한 것으로 크기는 어린이 손톱 만하다. 한 마리당 가격이 1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약 1억원 어치를 방류한 셈이다.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강줄기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던 참게가 수질오염과 하천정비 사업 등으로 점차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그였다. 게다가 최근에는 1년간의 고생 끝에 토종 참게를 인공부화하는데 성공, 200만 마리 정도를 사육하고 있던 터라 ‘나름대로’ 넉넉했다. 그는 “지역민들의 농외소득 증대 등에 참게가 작은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방류했다”고 말했다.

수확량 떨어져도 수입은 비슷해

그 는 참게가 농민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 귀농한 그는 쌀 품질의 고급화를 절감했다. 중국을 방문했던 그는 참게를 이용한 무공해 농사에 주목했다. 참게는 논안의 잡초를 뜯어먹고 자란다. 보통 한 평에 8~15마리의 어린 참게를 집어넣는데, 논안에 들어간 참게는 잡초를 먹는 한편, 흙탕물을 발생시켜 잡초의 광합성을 막는다. 잡초의 성장을 원천 차단하는 셈이다. 이는 논에 쌀겨를 뿌려 여기서 발생한 기름기로 잡초의 성장을 막는 ‘쌀겨 농법’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도 벼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어린 참게 수입은 까다로운 절차와 비용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인공부화를 시도한 까닭이다. 인근 바닷가 양식장을 빌려 부화장을 만들고 기술 전수를 위해 중국 기술자를 고용했다. 논둑 안쪽에 수로를 파 은신처를 제공하는 한편 비닐을 깐 둑을 쌓아 도주를 막았다. 이런 식으로 올해 200만 마리 부화에 성공했다. 좀더 싼값에 농가에 보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택에 주변 농민들은 올해 대규모의 참게농사를 시작했다.

참게농법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갖는다. 참게농법으로 수확한 쌀은 80㎏당 25만원선에 팔린다. 일반 쌀보다 10만원 정도 비싼 셈이다. 농약을 사용할 때와 비교했을 때, 수확량은 떨어지지만 수입은 비슷한 이유다. 하지만 참게를 사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순수익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이는 논에서 자란 참게를 팔아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그는 참게농법을 도입하기 전보다 더 많은 수입을 거뒀다.

웰빙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국의 많은 농가가 무농약 농사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오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리는 잡초 뿐 아니라 해충까지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면서 분비하는 배설물은 거름이 된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6021개 농가가 오리농법을 이용했는데, 올해는 7409개 농가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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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들어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해충과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 오리가 가끔 ‘임무’를 망각한다는 것이다. 익충과 해충을 구분할 수 없는 ‘태생적인’ 결함 때문에 익충까지 잡아먹는 사태가 발생한다. 게다가 제초를 해야 할 오리가 가끔 벼에도 입을 댄다. 원래 농사에 이용되는 오리는 집오리와 청둥오리의 1대 잡종이 적격으로 알려져 있다. 오리농법이 일반화되면서 2대, 3대 잡종이 늘어나고 있다. 점차 집오리화돼 가는 것이다.

농약 대신 ‘천적’으로 해충방제

왕 우렁이도 대표적인 친환경 농사 동물이다. 왕우렁이를 사용하는 농가의 숫자는 오리농가와 거의 비슷하다. 올해는 9482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가장 일반적인 농법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왕우렁이는 잡식성 동물로 왕성한 식성을 자랑한다.

1996 년부터 논잡초 제거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역시 왕우렁이도 태생적인 결함 때문에 벼농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벼도 먹어치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열대 지방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 우렁이는 벼의 주요 해충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이 런 까닭에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잡초를 먹는 참게 뿐 아니라 참붕어도 농사에 이용된다. 강원도 화천군 풍산1리 주민들은 지난달 논에 참붕어 1000마리를 방류했다. 참붕어가 물 속에 기생하는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새끼 참붕어는 토종 참붕어가 자생하는 인근 저수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참붕어 농법을 이용한 이곳에서는 관광객에게 참붕어 쌀밥을 제공하는 등 마을대표 브랜드로 키울 생각을 갖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미꾸라지도 농사에 이용된다. 충남 당진에 있는 농업기반공사 대호친환경농업시범단지에서는 오리농법과 우렁이농법, 참게 농법 등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어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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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도 농사에 이용된다. 최근 암웨이의 건강식품 TV광고는 자사의 농장에서 농약 대신 무당벌레를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암웨이는 전세계에 네 개의 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해충방제에 무당벌레와 잠자리 유충이 이용되는 것에 착안, 광고를 제작했다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천적을 이용한 해충방제가 이뤄지고 있다. 천적이 날아가버리면 안되기 때문에 주로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 농작물에서 이용된다. 천적을 이용하는 해충방제사업을 1990년대 중반부터 연구해온 농촌진흥청은 수년 전부터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천적을 통한 해충방제를 도입한 농가 중 60~70% 이상이 효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농림부는 올해 천적을 통한 해충방제사업을 정부시책사업으로 도입했다.

충 남 논산시 항월리에서 2000평 정도의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임용택씨(48). 그는 천적의 효과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천적 덕택에 농약을 거의 뿌리지 않으면서 큰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체험이나 관광을 오는 이들은 가끔 농약을 치지 않는지 의심을 한다. 그런 이들은 비닐하우스 바깥으로 데리고 나간다. 외부에도 해충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농약을 뿌렸을 때 사라졌던 무당벌레 등 토종 천적까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그는 웃돈을 받으면서 딸기를 판매했다. 택배 주문 등 직거래도 활성화되고 있다. 그는 “이제서야 빛이 보이는 것 같다”며 “다른 농가에도 권장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미 우리나라에도 천적을 생산하는 업체가 등장했다. (주)세실은 현재 15종의 천적을 대량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 업체는 외국산 해충에 대적할 외국산 천적도 도입해 대량생산하고 있다. 2003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첫해 10억원의 매출에 이어 지난해에는 30억,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벌써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천적은 비닐하우스 등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야외에 노출된 일반 과수원에서는 성페로몬을 이용한 방제가 이용된다. 페로몬이란 곤충끼리 의사소통을 할 때 발산하는 물질로, 방제에 이용되는 것은 성페로몬이다. 해충의 성페로몬을 ‘트랩’에 담아 과수원에 노출시키면 해충이 모여든다. 이를 바탕으로 해충 현황을 파악해 농약을 살포해 전체적인 농약살포 횟수를 줄여 저공해 과일을 생산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경남 거창군 두마리에서 사과나무 2300그루를 키우고 있는 신창재씨(38)는 성페로몬을 농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과에 주로 해를 끼치는 해충은 나방 6가지다. 성페로몬을 이용해 트랩으로 유인해 개체의 종류와 수를 파악한 뒤 이에 맞는 농약을 살포해 이전보다 농약 살포가 50% 이상 줄어들었다. 다른 친환경 농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성페로몬 덕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지렁이가 처리

생 물이 농약에 이용되기도 한다. 병이나 해충,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자연에 있는 미생물로 만든 천연농약을 말한다. 식물이 가진 방어능력을 활성화해서 병 저항성을 갖도록 돕기도 하고, 해충 일부에 기생해 해충 방제까지 가능하다. 환경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며 반복사용으로 인한 내성도 염려 없다. 개발비도 화학농약에 비해 낮다.

주로 상추나 토마토, 오이 등 채소류에 사용되는데 농업 대국인 미국의 경우 180여종에 이르는 성분이 생물농약으로 등록된 상태며 제품은 700여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총 5종의 생물농약 등록이 끝난 상태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은 아직 점유율이 크지 않지만 2010년까지 전체 농약시장의 1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물은 ‘생산’ 뿐 아니라 ‘처리’에도 이용된다. 최근 전남 장흥군은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쓰레기처리 시설을 도입했다. 각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지렁이에게 먹여 자기 몸무게에 해당하는 음식물쓰레기를 사흘 만에 먹어치운다는 결과를 얻었다. 장흥군은 올해 3000평 규모의 지렁이 시범사육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100평당 지렁이 400㎏이 배치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흘 동안 12t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다. 지렁이가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내놓는 분비물, 즉 분변토는 비료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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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은 2001년부터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남해군은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해 선별, 살균, 탈수 등의 각 공정을 거쳐 지렁이에게 먹인다. 통상적으로 하루 6t 정도의 음식물쓰레기가 수거되는데, 공정을 거치고 나면 분변토가 800㎏~1t 정도 나온다. 남해군은 이제 단순한 음식물쓰레기 처리에서 벗어나 분변토에 각종 첨가물을 섞어 고급화에 나설 계획이다. 울산광역시는 지렁이를 소똥 처리용으로 활용한다. 비위생적으로 처리됐던 소똥을 지렁이에게 먹여 파리 등 해충과 냄새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여기서 나오는 분변토를 퇴비로 이용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소망이 동물·곤충 등 다양한 생물을 웰빙시대의 주역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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