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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아름다운 거래 윤리적 소비] 확산되는 운동 _ 공정무역

[아름다운 거래 윤리적 소비]  확산되는 운동 - 공정무역

 
경 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허선주씨(40)는 장을 볼 때 ‘지구환경’을 생각한다. 아무리 가격이 싸도 수입농산물은 장바구니에 넣지 않는다. 유기농제품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수입품코너로 가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지만 고집을 꺾지 않는다. 대신 산지에서 직거래로 들어오는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과 제품을 택한다.
청개구리 한 마리가 수확을 앞둔 우리밀 위에서 앉아 있다. |한국생협연합회 제공

허씨는 “수입품이 아무리 좋고 안전하더라도 바다를 건너 올 때 그만큼 연료를 쓰지 않겠냐”며 “국산품을 애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를 살 때는 남미와 아프리카의 생산농가를 배려한다. 가격이 50% 정도 비싸지만 생협을 통해 ‘공정무역’ 커피를 산다. 공정무역이란 제3세계 생산자들이 만든 물건에 제 값을 지불하는 무역행태를 말한다.

다국적기업을 거치지 않고 거래가 이뤄지면서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물건을 팔 수 있고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또 유통이익의 상당부분은 생산자에게 재투자돼 자립을 돕게 된다.

‘윤리적 소비’ 운동이 한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조금 더 비싸게 주더라도’ ‘조금 귀찮더라도’ 소비행위에서 윤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윤리적 소비자(Ethical consumer)’는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서유럽에서 태어난 말이다.

생각없이 반복되는 일상적 소비행위에 반성과 도덕을 끌어들였다. 1950~60년대 유럽에서 태동한 ‘공정 무역(Fair trade)’운동은 그 일환이다.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일은 간단하다. 인간,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모든 상품을 불매하고, 공정 무역에 기반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스포츠용품, 현지 소작농에게 헐값에 커피 원두를 사오는 커피 체인점 등을 소비대상에서 제외하면 된다.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대형 마트 대신 가까운 동네가게를 이용하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제품을 먹는 일, 유전자 변형식품(GMO)을 거부하고 되도록이면 재활용품·중고품을 애용하는 일도 윤리적 소비의 구체적 실천방안이다.

이미 서구의 대기업들은 윤리적 소비자 운동을 받아들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800만파운드의 공정무역 커피를 구매했다. 이는 스타벅스가 지난해 구매한 원두의 6%에 해당한다. 네슬레, 미쓰비시 등도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압력에 손을 들었다.
오히려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공정 무역을 지원하고 회사 이미지 개선에 이용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2000년 초반부터 윤리적 소비자 운동이 싹텄다. 2004년 두레생협이 필리핀 네그로스 섬의 마스코바도 설탕을 팔기 시작했고 YMCA·아름다운재단·여성환경연대도 커피, 의류 등의 공정무역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한국생협연합회는 2005년부터 ‘생각하는 소비자’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소비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생협연대와 한국여성민우회생협 등이 모여 유기농제품 유통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생협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허선주씨는 “간단하게 우리밀을 사는 것부터 윤리적 소비를 시작할 수 있다”며 “주변을 보면 농산물에서 시작한 윤리적 소비가 개인적 공산품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