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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_경제

부의 효과(wealth effect)와 불균형


진 국이 될수록 각국 정부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시장의 활성화에 힘을 쏟으려 한다. 이는 부유한 사람들이 자산시장에서 돈을 불리면 이를 다시 소비하기 때문에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효과 뒤에는 사회적 부의 분배 측면에서의 불균형이 숨어있다.

우리나라의 몇몇 연구에 의하면 정작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은 주가가 올라간다고 해서 즉각 소비를 늘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오히려 주식보유량이 많지 않거나 아예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중산층이나 서민들은 주가 올라가면 공연히 소비를 늘린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주가상승은 소비 증가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부유층의 경우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부유층들은 부동산을 많이 투자하고 있어서 주가상승에 따른 부의 증가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이런 결과는 우리의 현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는 반대로 정부가 가계의 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쓰더라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정부가 금리를 내려 소비를 증가시키려 하다 보면 정작 자산을 팔거나 담보로 삼아 부채를 많이 조달할 수 있는 부유층보다는, 겨우 신용을 바탕으로 금융거래를 트고 있는 서민층에서 부채를 통한 소비증가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돈의 이치를 보자면 시대를 불문하고 돈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을 길이 없다. 그래서 항상 역사는 일정한 시간이 흐르고 나면 쏠린 돈을 다시 한바탕 흔들어서 사회적 분배를 하는 과정을 반복해오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돈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는 돈만 생기면 돈을 본능적으로 챙기고 불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돈만 생기면 쓸 궁리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고, 혹자는 돈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어서 결국 돈이란 챙기는 사람에게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 사회는 각자가 자라난 집안분위기에서 오는 차이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어려서 부모들이 돈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으면 아이들도 그 영향을 받기 쉽고 부모들이 돈에 민감하면 자녀들도 자연히 그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재에 밝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면 부모가 혹시 장사를 했느냐 하는 질문을 받기가 십상인 것이 우리 사회이다.

물론 서민들에게도 물으면 누구나 다 돈을 중시한다고 말을 하지만 진짜 돈이 많은 사람들만큼 생활 중에 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경우도 없다. 이른바 부자들은 본능적으로 돈이 머리에 떠오르고 손이 그쪽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미국 연구에 의하면 돈이 많은 부유층들은 하루에 평균 40분 이상을 자신의 부의 증가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되어 있으니, 그런 생활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부를 쌓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수년 동안 저금리 정책을 쓰고 자산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집행해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많이 올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서민들이 자산효과를 본 경우는 아마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공연히 급등한 자산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이런 분위기를 타고 늘어난 소비자금융 부담으로 중산층이나 서민들은 이자부담만 늘어나기 십상이다.

따라서 서민들이나 중산층은 정부가 공연히 자산시장을 부추겨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뛴다고 하더라도 이에 자극받아 소비를 늘리는 일을 극력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