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글로벌 경제 쇼크에 취약한 변동성이 심한 경제로 각인되고 있다. 기술 및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와 과거 한국의 극단적인 경기변동도 이런 이미지를 부추기고 있다.
물론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 경제가 대외 여건 변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수출 다변화,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절제, 상대적으로 큰 경제 부양 여력 등이 대외 쇼크를 차단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샤론 람은 방어적으로 체질이 변모한 한국 경제가 대외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선방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내년 한국경제가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原題: "Korea: New Defensive Korea," Morgan Stanley, 8/28, 2007).
심한 변동성에서 방어적으로 변모한 한국 경제
한
국은 글로벌 경제의 어떤 쇼크에도 취약한 변동성이 심한 경제로 종종 간주되고 있다. 기술 및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가 미국 수요
둔화에 의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하강 동안 한국은 급속한 조정을 겪곤 했었다.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한국 경제회복의 지속 가능성에 다시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가장 흔한 질문은 한국이 미국 또는 글로벌 경제와
탈동조화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우리는 탈동조화론을 믿지 않는다. 하여튼 미국 수요가 세계 성장 엔진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면, 한국 수출 증가율이 타격을 받을 것이지만, 이것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역내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보다 방어가 잘 된 경제를 주목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한국이 이에 속한다.
방어적인 한국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현상일 수도 있으나, 우리는 이런 새로운 견해에 적응해야 한다. 한국은 금융/신용카드 위기를 겪은 후 크게 변했고, 이제 더 이상 취약한 경제로 간주되어선 안될 것이다.
한국의 최대 복병은 미국 경제 둔화가 아니고, 오히려 중국 경제 둔화나 한국의 과도한 고금리에 있다.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 둔화
위험이 낮고, 중기적으로 우리는 중국 내수 성장에 대해 특히 낙관적이다. 우리의 가장 큰 우려 요인은 한국은행의 과도한 긴축
통화정책이었지만, 이제 그런 위험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의 펀더멘탈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리는 1) 수출 다변화 2) 절제된 내수 증가 3) 부양 여력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보다 방어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출 다변화
한국은 기술 주도적 경제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 비해 훨씬 다변화된 수출 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 컴퓨터, 이동 전화, LCDs
등과 같은 기술 제품과는 별도로 자동차, 선박, 산업용 기계, 화학제품, 금속, 석유 제품 등 非기술 제품들이 한국에서 수출
주력 상품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특정제품의 경기순환에 훨씬 덜 민감하다. 가령 지난 12∼18개월 동안 기술 수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선박, 화학제품, 금속 등의 수주 호조에 힘입어 전체적으로 견실한 수출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제 미국이 중국, EU에 이어 한국의 3위 수출국에 지나지 않는 가운데 미국 수요에 대한 한국의 직접 노출도 감소하고
있다. 생산 재배치로 분명한 혜택을 보고 있는 중국과는 별도로,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EU 수출 비중이 늘어난 유일한 역내
국가이다. 이것은 역내 다른 경제들에 비해 한국이 신시장 확대에 더욱 성공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사태만으로 한국이 미국에 덜 민감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충분치 못할 것이다. 비슷한 현상이 역내 모든 국가들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을 재수출 기지로 이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내수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을 제외한
역내 다른 국가들과 다르다.
우리 추산에 의하면 수출용 부품이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30% 가량을 차지하고,
기계류, 금속, 화학제품 등으로 주로 구성된 나머지는 중국 국내에서 생산/소비를 위한 제품들이다. 한국의 기계류 수출은 중국의
여신/고정자산투자 증가와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데, 이것은 한국 수출이 중국 내수 증가에 민감하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미국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최근 수년 동안 한국 브랜드들이 중국 소비자 시장을 침투하는데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제 자동차/이동전화/가전 제품
등이 중국에서 모두 인기가 높다. 또한 중국은 한국산 화장품/가구/신발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은 일본에 이어
중국의 2위 수입국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양국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한국의 이런 성과는 매우 인상적인 것이다.
우리는 중국 정부가 자국 경제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계속해서 소비 진작에 힘쓸 것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비록 나머지 세계의
수요가 둔화된다 할지라도 중국 소비가 한국 수출에 일부나마 버팀목이 될 것이다. 한국은 역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이런 완충
지대를 갖고 있다.
투자 및 소비 절제, 급속한 조정을 피하는데 일조
한국 경제가 과거 변동성이 심했던 것은 내수가 수출과 함께 폭등하면서 강력한 경제성장과 강한 신뢰도로 이어졌고, 이로부터 배태된
과잉이 경제하강의 골을 깊게 했기 때문이었다. 과도한 투자가 주도하는 금융위기와 과도한 소비가 주도하는 신용카드 위기로부터 배운
바 있는 한국은 국내 경제를 관리하는데 보다 규율적이 되고 있고, 어떻게 보면 국내 지출에서 너무 보수적이 되고 있다. 이것은
2004년 이후 수출 붐이 상응하는 내수 호조로 이어지지 않은 것과 부분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2006년 이후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이것은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한 설비 확장 요구를 따라 잡기 위한 기저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2년 동안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투자 對 GDP 비율은 20년來 최저치인 29%에 그치고 있는데, 이것은
지난 2년 동안 투자확대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과잉설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설비
가동률이 80%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투자 둔화가 이미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투자 과잉이 없다면, 대외 환경이 적대적인 것으로 변모한다 해도, 경제에 대폭적인 조정이 없을 것이다.
동일한 논리가 소비에도 적용된다. 이번 사이클에서 가계 지출은 주식 및 부동산 시장으로부터 富의 효과로 인한 플러스 효과에
미달하고 있다. 가계로 하여금 그들 자본 이득을 지출하기 보다 투자하도록 하는 인구 고령화, 신뢰도와 구매력을 억제하는
금리인상과 조세 부담이 소비 확대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사이클에서 과잉지출이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
따라서 다시 대폭적인 조정이 없을 것이다.
타국에 비해 큰 부양 여력
역내에서 한국은 2000년 이후 매년 연속 재정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이고, 우리는 이런 재정 흑자가 적어도
201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한국의 재정정책은 정부의 신중한 지출에서 필요한 것보다 덜 경기
대응적(counter-cyclical)이다. 이런 재정 규율에 힘입어 북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양호한 국가신용 등급을
유지할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위기 동안 한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여력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얼마나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을까? 지난 5년 동안 역내의 GDP 대비 재정수지의 평균 비율은 마이너스 2%였고, 한국이 이보다 적은
재정적자를 일시적으로 운용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 하등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 추산에 의하면 한국
정부가 보수적인 재정정책 논리를 고수할 경우, GDP 대비 0.5%의 재정흑자를 기록할 것이지만, 부양책이 필요해 정부가 GDP
대비 2%의 재정적자를 운용하는 경우, 2007년에 비해 2008년 GDP 대비 2.5%에 해당하는 추가적 재정지출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의 어떤 종류의 재정 부양책을 쓸 수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것은 소득세 감세와 투자(설비투자와 건설)이다. 인구 고령화로 소비성향이 감소하는 가운데 감세 효과가 투자보다 적을 것이다.
우리 추산에 의하면 2008년 GDP 대비 2.5%에 해당하는 재정 부양으로 한국 GDP 성장률이 0.5∼1.3ppt 늘어날
것이다. 모두 투자로 지출될 경우 추가 성장이 최대가 될 것이다. 반면 우리 추산에 의하면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
GDP 성장률이 0.4ppt 하락할 것이다. 2001년 미국 경기침체 동안 대미 수출이 17% 감소했었다.
이번에
도 비슷한 크기의 수출 감소를 가정한다 해도 한국의 GDP 성장률은 0.8ppt 이하 하락할 것이다. 이것은 단지 2.5%의
재정 부양책만으로 수출 둔화 효과의 일부 또는 전부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내년 경제 회복을 위해
일시적인 재정적자를 운영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 정책과는 별도로 한국은 금리수준이 이미 중립
수준보다 높기 때문에 통화 부양책에서도 더 큰 여력을 갖고 있다. 한국의 실질 금리 수준은 역내에서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국은행은 역내의 과잉 유동성과 그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견지해왔고, 올해 8월 금리인상을
단행했었다. 이 때문에 콜금리가 5%로 인상되었으나, 우리는 중립 금리 수준을 4.8%로 잡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 시기가 좋지 않았다. 이제 이와 함께 신용경색에 대한 글로벌 공포, 대외 성장에서의 불확실성,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강경론이 누그러질 것이다.
우리는 한국은행이 앞으로 6개월 동안 적어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이 고개를 들
경우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경제 안에 있는 풍부한 유동성을 고려할 때, 이제 대외적
불확실성이 증시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한번 몰릴 수도 있다.
대외 여건이 우리
기대보다 훨씬 더 적대적인 것, 즉 미국과 중국 경제가 경착륙에 직면하는 것으로 변하지 않는 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아득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통화 완화가 필요할 경우, 한국은 역내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많은 금리인하 여력을 갖고
있다.
내년 성장 기대치 하향조정은 성급한 것
미국 경제로부터
완전한 이탈이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의 변하는 펀더멘탈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대외적 위기 때에 한국이 실제로 방어적
경제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도록 투자자들에게 촉구한다. 한국은 조정이 필요한 어떤 국내 과잉도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대외변수가 주도하는 경제 둔화의 충격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한편 한국의 미국 노출이 감소하고 있고,
한국 브랜드가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는 가운데 중국 수요가 일본을 제외한 역내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이 누릴 수
있는 완충 지대로 작용할 것이다. 대외 환경이 실제로 악화되면, 한국은 재정/통화 부양책을 강구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2008년 출범하는 신정부가 주택 정책 완화 또는 재정적자 채택과 같은 부양 정책을 통해 국내
경제를 부양할 수도 있다. 한국 수출이 미국 경제 둔화로부터 단절될 수 없으나, 2008년 내수가 수출과 탈동조화될 수도 있다.
한국은 너무 비관론에 무게를 줄 필요가 없다.
많은 인사들은 내년 한국의 성장 기대치를 서둘러 하향조정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 정부도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고점을 지날 수도 있다고 실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경제가 2008년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우리의 기존 견해를 고수한다. 우리는 미국 경제 둔화가 한국에 주는 효과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의 너무 높은 금리이다. 그러나 최근 사태들 때문에 당분간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한편 우리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도래하는 가운데 대통령 후보와 그들의 정책 아젠다를 보다 뚜렷하게 볼 수 있고, 이것은 신뢰도
회복에 점진적으로 일조할 것이다.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이 둔화될 공산이 크지만, 2008년 초 성장 모멘텀이 다시 반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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