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는 사람은 머리 구조가 일반인과 다른 걸까? 왜 어떤 사람은 아무리 연습해도 글이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못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특별히 연습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글이 조리 있고 명료하며 느꺼움을 주는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무엇을 먼저 생각하는 걸까?
Linda Flower라는 학자가 <Problem Sloving Strategies for Writing>(작문 문제 해결 전략)이라는 책에서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무엇을 먼저 고려하는지 밝혀놓았는데,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독자
2. 글 쓰는 목적
3. 글의 구성
4. 스타일
5. 교정/교열
다 시 말해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윗부분에 있는 항목(1,2,3)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다듬는다는 이야기다. 흔히 글을 못 쓴다는 사람들은 대개 독자나 글 쓰는 목적, 혹은 구성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되는 대로 써놓고서, 오타나 틀린 표현 정도를 바로잡는 데서 끝낸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먼저 그 글을 읽을 독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하고, 글을 쓰려는 목적을 고려하며,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 글을 짜나가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좋을지 다시 고민한다. 그리고 그에 맞춰 글을 썼는지 다듬어 나간다.
또 하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수정'을 여러 차례 한다. 처음에는 개략적으로 어떤 내용을 쓸지 간략히 정리하는 정도로 쓰고, 이것을 수정/보완하면서 차츰 양을 늘려서 쓴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살을 빼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이를 다시 문법이나 형식에 맞춰 바로잡는다. 다 쓴 글을 다듬을 때도 한 번에 하지 않고, 한 가지 기준(이를테면 일관성)으로 고치고, 또 다른 기준(이를테면 리듬감)으로 고치고, 또 다른 기준(단어 위치)으로 고치고, 이렇게 몇 번을 고쳐쓰면서 완성된 글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수정을 거의 하지 않고, 한다고 해도 5번에 해당하는 것만 한 차례 정도 점검하고서 펜을 놓는다.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점이. 잘 쓰는 사람은 괜히 잘 쓰는 게 아니고 (천부적 자질은 또 다른 문제다) 못 쓰는 사람도 괜히 엉망인 게 아니다. 자기가 뭔 말을 하려는지도 모르고, 그걸 들을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좋은 글이 나오기를 바라겠나. 이건 마치 자기가 원하는 남성/여성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상대가 바라는 여성/남성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연애의 대가가 되기를 바라는 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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