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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너는 왜 그 남자를 사랑해?” “그 여자의 어떤 점이 좋아?”

대한민국에선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답을 듣기가 쉽지 않다. 우리 학교 ‘사랑학’ 수업 시간에도 사랑에 빠진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의 답변은 한결같다.

“특별히 어떤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요, 그냥 다 좋아요.”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어요.”

말로 못하겠다고? 그건 ‘동물적 이끌림’이야

학생들이 이런 식으로 답변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문화적인 압력도 작용하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선 이유를 댈 수 있는 사랑을 ‘낮은 수위의 사랑’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절대적인 사랑은 사랑에 빠진 이유를 댈 수 없어야 한다.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 자체가 그냥 좋은 ‘운명적 사랑’을 최고의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를 댈 수 없는 것은 그 사랑이 나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생물학적 이끌림’ 때문이라는 고백과 다름없다.

한편에선 ‘사랑이 생물학적 이끌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얘기하면 ‘고귀한 사랑의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삭막한 사랑관’이라며 비판하지만, 생물학적 이끌림으로 사랑이 시작된다고 해서 사랑의 가치를 훼손하진 않는다. 게다가 우리 사회만큼 사랑을 ‘생물학적 이끌림’으로 간주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 생물학적 이끌림에 반하는 동성애를 우리가 얼마나 터부시하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왜 <커피프린스 1호점>에 열광하는가? 이 드라마야말로 ‘사랑이란 내가 아무리 의식적으로·문화적으로 남자라고 믿어도 몸이 이끄는 대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생물학적 사랑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드라마이며 사람들이 여기에 크게 공감하기 때문 아닌가!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미국이나 유럽에선 “너는 왜 그 남자를 사랑해?”라고 물으면 연인들은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쉬지 않고 얘기한다. 사소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으며 한두 가지 이유론 내 사랑을 설명할 수 없다는 식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인터뷰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에겐 닭살 돋는 얘기를 참고 들어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인들이 ‘이유가 너무 많아서’ 아예 말하지 않는 거라고? 그렇지 않거든요! 우리나라 연인들과 인터뷰를 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유를 대는 순간 세상이 멸망하기라도 할 듯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얘기만 30분 동안 반복한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그럼 그건 ‘동물적인 이끌림’인 거야!

미국에서 수행된 ‘연인들과의 인터뷰’에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입에서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다정다감해서’ ‘유머가 있어서’ ‘사려 깊어서’ ‘잘생겨서’ ‘예쁘고 섹시해서’ 등이다. 이 중 90%가 배우자의 ‘성격’에 관한 묘사였으며 이는 남녀 모두 비슷했다. 연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매력적인 성격’이라는 얘기다.

물론 외모도 중요하다. 남자의 경우는 약 81%, 여자의 경우엔 약 44%가 외모에서도 사랑의 이유를 찾았다(역시 남자들이 더 외모를 따진다!). 지난호에서 지적했듯이, 거짓말 탐지기를 대면 여자의 수치는 44%에서 65%로 올라간다. 여자들에게도 남자의 외모는 중요하다. 남자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미녀의 조건, 어린 나이와 매력적인 얼굴

사회심리학자들이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미모는 ‘스크리닝’ 구실을 한다. 사람들은 이성을 만나면 제일 먼저 외모로 ‘사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외모가 맘에 안 들면 사귈 가능성이 있는 대상에서 제일 먼저 제외해버린다. 이때 제외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에 성격까지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말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주위에서 ‘미녀와 야수’ 커플을 종종 보게 되는 것일까?

명동이나 압구정동에 나가보시라. 다섯에 하나는 ‘여자는 윤은혜요, 남자는 죄민수’ 커플이다. 왜 우리는 그토록 자주 ‘미녀와 야수’ 커플을 보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여자가 처음엔 외모로 남자를 제외했다가 (같은 학교를 다닌다거나 같은 회사를 다니는 등) 어쩔 수 없이 계속 봐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의 매력적인 성격이나 지적·경제적 능력에 빠지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설문조사 결과다.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경우가 겨우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첫눈에 반한 사랑이 대세였다면 나오기 힘든 것이 바로 ‘미녀와 야수’ 커플이다.

야수에게 기대되는 것이 매력적인 성격과 경제적 능력이라면, 미녀의 조건은 무엇일까?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녀의 기본 조건은 어린 나이와 매력적인 얼굴, 그리고 몸매다.

남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성의 나이는 23∼26살. 그래서 남자 중·고등학생들은 옆집 대학생 누나나 교생 선생님에게 열광하며, 대학생들은 또래 이성 친구들과의 미팅에 열중하고, 아저씨들은 제 나이는 잊은 채 채팅방에서 20대 초반 여성을 찾아 헤매는 모양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남자들의 ‘어린 나이 선호’를 여성의 출산 능력과 연결해 설명하려 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수만 명의 남성에게 수천 장의 여성 사진을 보여주며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남자들이 선호하는 여성의 얼굴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귀여운 타입(baby face)과 섹시한 타입(sexy face). 다시 말해 드루 배리모어형과 앤젤리나 졸리형이다.

전자는 눈이 크고 턱과 코가 작으며 어린이를 연상시키는 해맑은 미소의 소유자인 반면, 후자는 입술이 도톰하고 눈썹이 진하고 웃음이 시원한 여성이다. 서민정이나 심은하, 윤은혜 같은 타입이 전자에 속한다면, 김혜수나 한채영 같은 얼굴이 후자에 속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몸매. 1986년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케 박사는 희한한 질문들로 남성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얼굴은 예쁘나 몸매가 예쁘지 않은 여성과 몸매는 예쁘나 얼굴이 예쁘지 않은 여성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누굴 택하겠느냐?’ 설문 결과에 따르면, 남자들은 ‘얼굴은 예쁘지 않더라도 몸매가 예쁜 여성’을 더 선호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예쁜 몸매의 기준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남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날씬한가 혹은 다리가 긴가가 아니라, 적당한 키와 적당한 크기의 가슴, 그리고 황금비율의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이었다.

1980년대 심리학자들이 미인의 기준을 찾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온 결과, 남자들이 날씬한 여성을 선호하는 뚜렷한 징후를 찾진 못했지만 키가 너무 작거나 큰 경우에는 뚜렷한 거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자들에게도 키는 중요한 매력 포인트라는 얘기다. 여성들은 큰 키의 남자를 선호하는 반면, 남성들은 적당한 키의 여성을 선호했다.

가슴 크기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너무 작거나 큰 가슴보다는 적당한 크기의 가슴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여배우들에게선 좀더 큰 가슴을 끊임없이 찾지만, 자신의 배우자에게는 적당한 크기의 가슴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엉덩이 대 허리가 0.7인 여자

‘허리 대 엉덩이 크기 비율’(waist-to-hip ratio)이 작은 여성을 남성들은 선호했다. 허리는 가늘고 엉덩이는 상대적으로 큰 여성이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그 비율이 0.7 정도 될 때 남자들은 한목소리로 가장 아름답다고 대답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미스 아메리카나 플레이보이지 선정 ‘이달의 버니’들의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을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 0.7 정도 되었으며 그 비율은 지난 6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여성의 S라인을 선호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라는 소리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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