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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슈퍼박테리아’ 치료 길 열렸다


항생제 남용으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일명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과학기술부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BK21) 이상엽(43, 특훈교수/LG화학 석좌교수) 교수팀과 바이오융합연구소 소속 물리학과 정하웅(38) 교수팀이 공동으로 가상세포를 이용, 생명체의 필수대사물질을 발굴하고 생명활동의 항상성에 핵심이 되는 강건성(robustness) 문제를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어느 범위 내에서 생명활동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생명활동의 항상성(恒常性)이라고 부른다. 이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세포는 죽게 된다. 이 같은 세포의 활동과 결과는 강건성(robustness)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연구팀이 대장균 가상세포를 이용한 컴퓨터 모의실험을 한 결과 생명체에 필수적인 다량의 대사물질들을 발굴했고, 이를 실험으로 검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미생물의 신진대사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종류의 대사물질이 생명체의 생존에 얼마만큼 필수적인지 나타내는 대사산물 필수성(metabolite-essentiality)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또 각 대사물질이 체내에서 사용되는 빈도를 플럭스섬(flux-sum)이라는 양으로 정량화했고, 체내의 여러 교란작용에도 불구하고 필수대사물질이 플럭스섬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생명활동의 강건성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필수대사물질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활동을 억제하면 생명체 전체의 강건성 유지에 위협이 생겨 성장억제, 사멸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시판중인 항생제의 경우, 표적이 병원체의 특정 부위에 관여하는 유전자들로 한정되어 있어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생겨난 내성 때문에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 등이 출현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병원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대사물질의 생산에 관여하는 다수의 새로운 유전자 표적을 찾을 수 있어 해당 병원체를 쉽게 죽일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항생제와 구분되는 다양한 항생제 개발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또 최근 부각되고 있는 시스템 생물학 연구기법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필수대사물질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생명활동의 강건성 문제를 탐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으며, 나아가 신약 개발의 가능성까지 도출 되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각 대사반응과 유전자 중심으로 보는 시각 자체를 완전히 바꾼 획기적인 접근법이라는 점으로 인해 주목 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병원성 균주의 항생제 개발 후보를 발견하는 방법을 특허 출원했다.

과기부 시스템생물학 연구개발 사업 지원으로 성공한 이번 연구 결과는 이달 셋째 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SA)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