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묻힌 깊은 바다 속은 인간의 접근을 불허하는 극한
환경이다. 손톱만한 면적에도 자동차 무게의 엄청난 수압이 짓누른다. 얼음처럼 찬 수온에 전파·빛도 전혀 안닿는 암흑세상이다.
이런 심해 속으로 세계각국이 자원개발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그 첨병은 해양로봇이다.
요즘 자원난이 심화되면서 깊은 바닷속을 제 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해양로봇의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육지에서 값싸게 지하자원을 채취할 수 있을 때는 굳이 바다 밑 자원까지 기웃거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육상과 근해의 석유자원이 점차 고갈되고 구리·니켙·코발트 등 전략금속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바다 속 어디에 묻힌지도 불확실한 해저자원이지만 국가 미래를 위해 무조건 선점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해저탐사기술은 본래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양국이 더 깊은 바닷속에 내려가는 군사경쟁을 벌이면서 급속히 발달했다.
70년대 후반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군사용 해저탐사기술은 연근해의 해저유전을 개발하는 민수시장에 대거 동원됐다. 거대한 석유시추선의 탐사작업을 지원하는 상업용 해양로봇(무인잠수정)이 처음 등장한 시기도 이때였다.
무인잠수정은 사람이 타는 유인잠수정에 비해 행동반경이 좁고 작업속도가 더디지만 인명손실과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워 90년대 이후 해저탐사의 주역이 되고 있다. 무인잠수정은 해저자원탐사뿐만 아니라 침몰된 선박의 인양, 해저케이블 설치, 수중구조물의 보수 등에 이용된다. 무인잠수정은 크게 바다 위 선박에서 케이블을 통한 원격조정형 ROV(Remotely Operated Vehicle)와 케이블 없이 프로그램에 따라 이동하는 자율형 AUV(Autonomous Underwater Vehicle)로 나눠진다. 최근에는 기동성이 뛰어난 AUV와 장시간 해저작업에 유리한 ROV의 장점을 혼합한 복합형 무인잠수정도 등장하는 추세다.
드넓 은 바다에서 석유가 나올 최적의 시추지점을 결정하려면 바닷속을 샅샅이 누비는 무인잠수정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석유탐사에 활용되는 수심 2500m급 무인잠수정은 대당 가격이 50억∼60억원에 달한다. 이만한 성능의 무인잠수정을 하루 빌리는 임대료도 3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문제는 해저유전의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높은 생산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더 깊숙한 해저까지 빨대(시추공)를 꽂아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 유가급등 때문에 해적퇴적층을 이잡듯 뒤져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고체메탄(가스하이드레이트)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또 구리·니켙·코발트 등 광물자원의 보고인 심해저의 망간단괴를 채취하기 위해 한차원 높은 해양로봇의 잠수성능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6000m급 심해까지 들어가는 차세대 무인잠수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해양로봇 기술 수준은
우리나라의 해양로봇 연구는 9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됐지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해 5월 미국·일본·프랑스에 이어 세계 4번째로 6000m 이상급 무인잠수정인 해미래를 개발했다. 이로써 한국은 태평양 심해저를 비롯해 전세계 바다의 95%를 탐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해미래는 지난해 10월 동해의 울릉분지 해저 2050m에 동판 태극기를 설치했고 오는 11월초 동해안의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ROV개념의 해미래 외에 자체 수중항법기능을 갖춘 AUV 2종을 함께 개발 중이다. 또한 4000∼6000m 해저표면을 기동하며 망간단괴를 채취하는 심해작업로봇 ‘자항형 채광시스템(사진)’을 만들고 오는 2015년 이후 관련기술을 상업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의 홍섭 박사는 “우리나라가 하와이 동남방의 심해저에 확보한 광구에는 연간 300만톤씩 100년간 채취할 수 있는 망간단괴가 쌓여있다”면서 “해저환경을 보호하며 망간단괴만 집어 수면까지 올리는 채광시스템의 개발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우해양조선의 자회사인 DSME 유텍은 최근 항만주변에 설치된 기뢰위치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제거하는 AUV 시제품인 ‘옥포 300’을 개발해 군사용 심해장비의 국산화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양로봇의 핵심기술
무인잠수정이 심해에서 작업을 하려며 엄청난 수압에도 찌그러지지 않는 내압설계와 물이 새지 않는 방수기능이 필수적이다. 무인잠수정은 보통 실린더 또는 원구형의 내압설계가 사용되며 연결부에 물이 새지 않도록 오링으로 방수처리한다. 해양로봇은 녹이 슬지 않도록 염분부식에 강한 특수 알루미늄·티타늄·세라믹 소재가 사용된다. 무인잠수정의 추진동력과 수중작업용 로봇팔은 주로 유압 또는 전기모터를 이용한다. 수중영상 취득은 주로 방수 하우징에 내장된 카메라가 사용되지만 부유물 때문에 시계가 좋지 않을 경우 3차원으로 물체를 인식하는 초음파 영상기술도 널리 적용된다.
이밖에 캄캄한 수중에서 무인잠수정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음향탐지기(소나)와 가속도 센서를 혼합한 수중항법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빛과 전파가 닿지 않는 심해저의 특성 때문에 유일한 통신수단인 음향을 이용한 통신기술도 개선이 필요하다. 수중음파를 이용한 데이터 전달속도는 현재 수심 1000m에서 되채 최대 10Kbps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압축기술을 이용해 조금씩 속도를 늘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해양로봇기술로 심해 무인잠수정의 방수설계나 지능형 항법기술을 구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평가한다. 이제는 단품의 해양로봇기술을 넘어 각 해저자원을 개발하는 총체적 시스템을 국산화할 때라는 지적도 있다.
이판묵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탐사장비연구사업단장은 “석유시추선은 대당 가격이 최고 1조원, 국내 조선업계도 엄두를 못내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면서 “한국이 심해 망간단괴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개발하는 전체 로봇시스템을 먼저 개발한다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뷰-우종식 유텍 사장
“우리 후손들이 필요한 환경과 에너지, 식량을 보장하려면 바다 속을 누비는 로봇기술에 관심을 더 쏟아야 합니다.”
국내 유일의 해양로봇 전문업체 DSME 유텍의 우종식 사장(50)은 우리나라의 심해로봇기술도 여타 해양강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비록 해양로봇의 역사는 짧지만 조선과 IT분야의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기술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즘 지능형 로봇에 관심이 높지만 국가경제에 장기적 파급효과를 따져보면 해양로봇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치솟는 기름값과 광물자원 부족을 해결하려면 바다 밑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되요.”
우 사장은 해저자원을 개발하는데 국내 민간기업들의 적극적 투자가 아쉽다고 지적한다. 요즘 국내 조선산업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듯이 바닷 속의 무한한 자원을 개발하는 사업도 전망이 좋다는 주장이다.
“해양로봇시장은 진짜 블루오션이에요. 지금도 세계시장이 연 3조원은 되는데 고유가 때문에 해저자원개발에 투자가 몰리고 있어 한 10년 후면 세 배 규모로 커질 겁니다.”
그는 요즘 정부과제로 개발한 무인 잠수정 ‘옥포 300’의 테스트를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미국·노르웨이 등 몇몇 해양강국만이 보유한 인텔리전트 수중항법기능을 성공리에 구현해 다양한 산업계 응용이 가능하다는 자랑이다.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에서 해양진출은 숙명이에요. 이제는 바다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건져올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자원난이 심화되면서 깊은 바닷속을 제 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해양로봇의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육지에서 값싸게 지하자원을 채취할 수 있을 때는 굳이 바다 밑 자원까지 기웃거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육상과 근해의 석유자원이 점차 고갈되고 구리·니켙·코발트 등 전략금속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바다 속 어디에 묻힌지도 불확실한 해저자원이지만 국가 미래를 위해 무조건 선점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해저탐사기술은 본래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양국이 더 깊은 바닷속에 내려가는 군사경쟁을 벌이면서 급속히 발달했다.
70년대 후반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군사용 해저탐사기술은 연근해의 해저유전을 개발하는 민수시장에 대거 동원됐다. 거대한 석유시추선의 탐사작업을 지원하는 상업용 해양로봇(무인잠수정)이 처음 등장한 시기도 이때였다.
무인잠수정은 사람이 타는 유인잠수정에 비해 행동반경이 좁고 작업속도가 더디지만 인명손실과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워 90년대 이후 해저탐사의 주역이 되고 있다. 무인잠수정은 해저자원탐사뿐만 아니라 침몰된 선박의 인양, 해저케이블 설치, 수중구조물의 보수 등에 이용된다. 무인잠수정은 크게 바다 위 선박에서 케이블을 통한 원격조정형 ROV(Remotely Operated Vehicle)와 케이블 없이 프로그램에 따라 이동하는 자율형 AUV(Autonomous Underwater Vehicle)로 나눠진다. 최근에는 기동성이 뛰어난 AUV와 장시간 해저작업에 유리한 ROV의 장점을 혼합한 복합형 무인잠수정도 등장하는 추세다.
드넓 은 바다에서 석유가 나올 최적의 시추지점을 결정하려면 바닷속을 샅샅이 누비는 무인잠수정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석유탐사에 활용되는 수심 2500m급 무인잠수정은 대당 가격이 50억∼60억원에 달한다. 이만한 성능의 무인잠수정을 하루 빌리는 임대료도 3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문제는 해저유전의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높은 생산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더 깊숙한 해저까지 빨대(시추공)를 꽂아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 유가급등 때문에 해적퇴적층을 이잡듯 뒤져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고체메탄(가스하이드레이트)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또 구리·니켙·코발트 등 광물자원의 보고인 심해저의 망간단괴를 채취하기 위해 한차원 높은 해양로봇의 잠수성능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6000m급 심해까지 들어가는 차세대 무인잠수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해양로봇 기술 수준은
우리나라의 해양로봇 연구는 9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됐지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해 5월 미국·일본·프랑스에 이어 세계 4번째로 6000m 이상급 무인잠수정인 해미래를 개발했다. 이로써 한국은 태평양 심해저를 비롯해 전세계 바다의 95%를 탐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해미래는 지난해 10월 동해의 울릉분지 해저 2050m에 동판 태극기를 설치했고 오는 11월초 동해안의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ROV개념의 해미래 외에 자체 수중항법기능을 갖춘 AUV 2종을 함께 개발 중이다. 또한 4000∼6000m 해저표면을 기동하며 망간단괴를 채취하는 심해작업로봇 ‘자항형 채광시스템(사진)’을 만들고 오는 2015년 이후 관련기술을 상업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의 홍섭 박사는 “우리나라가 하와이 동남방의 심해저에 확보한 광구에는 연간 300만톤씩 100년간 채취할 수 있는 망간단괴가 쌓여있다”면서 “해저환경을 보호하며 망간단괴만 집어 수면까지 올리는 채광시스템의 개발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우해양조선의 자회사인 DSME 유텍은 최근 항만주변에 설치된 기뢰위치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제거하는 AUV 시제품인 ‘옥포 300’을 개발해 군사용 심해장비의 국산화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양로봇의 핵심기술
무인잠수정이 심해에서 작업을 하려며 엄청난 수압에도 찌그러지지 않는 내압설계와 물이 새지 않는 방수기능이 필수적이다. 무인잠수정은 보통 실린더 또는 원구형의 내압설계가 사용되며 연결부에 물이 새지 않도록 오링으로 방수처리한다. 해양로봇은 녹이 슬지 않도록 염분부식에 강한 특수 알루미늄·티타늄·세라믹 소재가 사용된다. 무인잠수정의 추진동력과 수중작업용 로봇팔은 주로 유압 또는 전기모터를 이용한다. 수중영상 취득은 주로 방수 하우징에 내장된 카메라가 사용되지만 부유물 때문에 시계가 좋지 않을 경우 3차원으로 물체를 인식하는 초음파 영상기술도 널리 적용된다.
이밖에 캄캄한 수중에서 무인잠수정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음향탐지기(소나)와 가속도 센서를 혼합한 수중항법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빛과 전파가 닿지 않는 심해저의 특성 때문에 유일한 통신수단인 음향을 이용한 통신기술도 개선이 필요하다. 수중음파를 이용한 데이터 전달속도는 현재 수심 1000m에서 되채 최대 10Kbps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압축기술을 이용해 조금씩 속도를 늘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해양로봇기술로 심해 무인잠수정의 방수설계나 지능형 항법기술을 구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평가한다. 이제는 단품의 해양로봇기술을 넘어 각 해저자원을 개발하는 총체적 시스템을 국산화할 때라는 지적도 있다.
이판묵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탐사장비연구사업단장은 “석유시추선은 대당 가격이 최고 1조원, 국내 조선업계도 엄두를 못내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면서 “한국이 심해 망간단괴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개발하는 전체 로봇시스템을 먼저 개발한다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뷰-우종식 유텍 사장
“우리 후손들이 필요한 환경과 에너지, 식량을 보장하려면 바다 속을 누비는 로봇기술에 관심을 더 쏟아야 합니다.”
국내 유일의 해양로봇 전문업체 DSME 유텍의 우종식 사장(50)은 우리나라의 심해로봇기술도 여타 해양강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비록 해양로봇의 역사는 짧지만 조선과 IT분야의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기술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즘 지능형 로봇에 관심이 높지만 국가경제에 장기적 파급효과를 따져보면 해양로봇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치솟는 기름값과 광물자원 부족을 해결하려면 바다 밑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되요.”
우 사장은 해저자원을 개발하는데 국내 민간기업들의 적극적 투자가 아쉽다고 지적한다. 요즘 국내 조선산업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듯이 바닷 속의 무한한 자원을 개발하는 사업도 전망이 좋다는 주장이다.
“해양로봇시장은 진짜 블루오션이에요. 지금도 세계시장이 연 3조원은 되는데 고유가 때문에 해저자원개발에 투자가 몰리고 있어 한 10년 후면 세 배 규모로 커질 겁니다.”
그는 요즘 정부과제로 개발한 무인 잠수정 ‘옥포 300’의 테스트를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미국·노르웨이 등 몇몇 해양강국만이 보유한 인텔리전트 수중항법기능을 성공리에 구현해 다양한 산업계 응용이 가능하다는 자랑이다.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에서 해양진출은 숙명이에요. 이제는 바다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건져올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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