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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_경제

신재생에너지 - 스위스


플라스틱 태양전지 개발하고 인공태양 만들고



스 위스 로잔공대(EPFL) 마이클 그래츨 교수의 포토닉스 연구실. 작은 유리판에 붉은 딸기를 으깨고 그 위에 또 하나의 유리를 얹은 뒤 이것을 전기집게로 연결했더니 손바닥만 한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했다. 기판에 빛을 쏘아주면 프로펠러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른바 식물의 광합성 작용 원리를 적용한 신개념 태양전지다. 유리 표면에는 반도체 성분인 타이타니아 분말 가루가 입혀 있으며, 유리 사이의 딸기는 빛을 흡수하는 광촉매 구실을 한다.

그래츨 교수는 91년 세계 최초로 연료감응 태양전지를 개발했으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이제 값비싼 태양전지(실리콘 소재)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투명하고 다양한 색상의 태양전지를 통해 효과적인 태양열 빌딩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츨 연구실에서 불과 5분 거리에는 `토카막 장비`로 불리는 핵융합 실험실이 있다.

연구를 총괄하는 민꽝쩐 교수는 자그마한 체구의 베트남계 과학자로 유럽 핵융합에너지에서 1인자로 통한다.

민꽝쩐 교수는 "토카막 장비는 1억도가 넘는 가상의 태양 환경을 재현한 인공 태양"이라며 "위험성과 수급 논란을 빚고 있는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가장 현실적인 신재생에너지"라고 자부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스위스가 이처럼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국운을 걸고 있다.

한스 욘 퓨트겐 EPFL 에너지센터장은 "스위스는 자원이 없고 사람 머리만 가지고 있다"며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연방공대와 폴셰러연구소 등에서 미래 에너지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정부는 이미 에너지 백년대계인 `2000와트(W) 사회`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국민 1인당 연간 에너지 소비를 현재 5000W에서 2050년까지 2000W로 끌어내리자는 제안이다.

스위스는 이와 더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현재보다 25% 줄일 계획이다.

발터 슈타이만 스위스 연방정부 에너지부 차관은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3%에 불과하지만 이를 2035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의 움직임은 훨씬 빠르다. 신생 기업인 플리섬은 가볍고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태양전지를 개발해 스위스 군대에 보급하고 있다. 세계 최대 모듈 장비업체 3S 패트닉 호퍼 노저 사장은 "스위스는 70년대 1차 석유파동 당시 세계 최초로 태양전지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했을 만큼 태양전지 기술이 강하다"며 "80년대 반도체 시장처럼 태양광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산업이 연간 25~40% 성장해 2010년께 연간 전력 생산이 7~10GW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 프스윌에 소재한 태양기술연구소(SPF) 안드레아 루치 박사는 "태양빛은 충분하지 않고 저장이 어렵고 비싸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게 문제"라며 "한국도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만큼 충분한 햇빛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에 국운을 건 스위스에 다국적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스위스에 입주한 외국계 기업은 7000개. 이 가운데 상당수가 공장보다는 리서치센터나 지역본부다.

최근 크래프트 푸스와 제너럴 밀스, 레드 허링 등이 유럽본부를 런던이나 빈 프랑스 등지에서 스위스로 옮겼다.

스위스 정부는 리서치센터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선진 기술을 공유하고 고용을 촉진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시멕스 사례처럼 기업들이 스위스를 연구개발(R&D) 지역으로 선호하는 이유는 △산학협동을 통해 기술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유럽 중심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낮은 세금과 △영어ㆍ이공계 인재가 풍부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산학협동이 활발하다.

스위스 태양전지 모듈 제조업체인 3S 패트릭 호퍼 노저 사장은 "대학은 돈을 필요로 하고 기업은 새로운 기술이 절실하다"며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테스트를 할 때 대학에 의뢰하면 신속하게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기술 프로젝트를 할 경우 정부에서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도 한다.

낮은 세율도 전 세계 기업을 유인하는 요인이다. 스위스는 물가나 땅값이 비싼 만큼 세금을 낮추는 전략을 펴고 있다.

법 인세는 24%로 아일랜드를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6개주(칸톤)별로 법인세 낮추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옵발덴 칸톤의 경우 스위스 칸톤 중 최저인 6.6%로 법인세를 낮춘 바 있다. 이는 최저 법인세를 자랑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아일랜드의 12.5%보다 낮은 것이다.

에릭 매리 서부스위스 경제개발부(DEWS) 수석 프로젝트 국장은 "기업에 따라 세금을 제로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며 "고용을 많이 하는 대기업 가운데 하니웰과 시스코 등은 세금을 한푼도 안 낸다"고 설명했다.

고용 인구의 대부분이 영어가 능통하다는 점도 경쟁력이다.스위스는 지역에 따라 독어와 프랑스 이탈리아어 로만어 등 4개 국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일상 대화는 영어로 나누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이라는 점도 입지 조건으로 탁월하다. 발터 슈타이만 스위스연방 에너지 차관은 "스위스는 유럽의 섬이 아니라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로를 쓰고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유럽의 시민이기를 자처하지만 탄력적인 재정정책과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통해 국가 부강을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