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삼중수소 제거 설비(WTRF) 준공식을 가졌다.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제거 설비는 캐나다 달링턴원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것으로, 앞으로 삼중수소를 이용한 각종 RT(Radiation Technology)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중수소(T, Tritium)란 이름 그대로 수소보다 3배 무거운 수소다. 중수로 원자력발전소에서 냉각제로 사용하는 중수가 중수소로 변환되면서 생기는데, 방사선의 일종인 β(베타)선을 방출한다. 국내 유일한 중수로 원자력발전소인 월성원전은 중수에서 삼중수소를 분리해내는 삼중수소 제거 설비를 가동함으로써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삼중수소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중수에서 제거·분리한 삼중수소는 따로 저장해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삼중수소는 산업용, 의료용, 연구용으로 활용 가능하며, 현재 국내에서 병원이나 연구소의 진단시약, 호르몬분석, 방사선치료, 백혈구검사 등 의료용 목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 밖에 조준경 부품이나 활주로 유도등, 나침반 등 산업용으로도 활용된다.
그러나 월성원정의 삼중수소가 당장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건 아니다. 민간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추출 기술을 전력연구원과 민간기업 삼창에서 개발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삼중수소는 전량 캐나다에서 수입된다.
■ 연간 200억원어치의 삼중수소 생산 ■
세계적으로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캐나다 3국이 유일하다. 그중 미국과 러시아는 삼중수소를 군사용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민간용 삼중수소시장은 사실상 캐나다가 독점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삼중수소 제거 설비 준공으로 우리나라는 향후 삼중수소를 상품화해 국내 수요 충당은 물론 해외에 수출해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월성원전에서 한 해 생산되는 삼중수소의 양은 연간 700g으로 200억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삼중수소를 사용해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 잠깐 용어 참조)의 핵심연료로 수출하는 것이다.
ITER 프로젝트는 2015년 핵융합 설비를 준공할 예정으로, 이 프로젝트에서 20년간 사용할 삼중수소 양은 총 17.5kg이다. 우리나라는 ITER 프로젝트에 사용될 삼중수소를 월성원전에서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상업적으로 삼중수소를 판매하는 캐나다가 ITER 비회원국이므로 공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가 삼중수소를 공급할 수 있게 되면 매년 700g 전량을 수출해 연간 200억원의 수출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핵융합 에너지는 미래의 대표적인 청정에너지로 기대받고 있으며, 향후 에너지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이정화 한국수력원자력 과장은 “핵융합의 연료가 되는 삼중수소를 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을 국내에서 확보하고, 수출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방향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손순환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소 박사는 “현재 산업자원부의 지원 아래 의료용 인공장기나 초소형 원격조정 장치에 이용될 수 있는 삼중수소 마이크로 전지를 상용화 목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 잠깐용어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 핵융합은 중소와 삼중수소를 융합시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한국과 EU,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7개국이 핵융합 기술을 연구하는 ITER에 참가하고 있다. 참여국들은 연구개발기술을 무상으로 공유하며 관련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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