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 문국현은 오늘,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의 조국(祖國)이, 불안하고 희망 없는 '천민(賤民) 자본주의의 나라'로 갈 것인가, 깨끗하고 따뜻한 '사람입국(立國) 번영의 나라'로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중대한 기로(岐路)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인 문국현, 이제 정치를 시작합니다
저는 지난 33년간 기업인으로서 받았던 국민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뒤로하고, 이제 '정치의 거친 광야(廣野)'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저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조국에 대한 헌신과 봉사로 제 남은 생(生)을 마감할 수 있다면,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힘들겠습니까.
얼마 전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 그 젊은이의, 그 부모들의 절망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서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는 그런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우리의 조국이, 45세에 직장에서 물러나 이후 40년을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하는 '위험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 패러다임과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 나라에 희망이 없습니다.
결국 문제는 '정치'에 있습니다. 국가의 목표와 비전을 바로 세우고, 시스템을 새롭게 하여, 인적․물적 자원을 목표에 맞게 배분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적인 기능이라면, 우리 정치는 '근본적으로' 혁신되어야 합니다. 정치의 근본적 혁신 없이는 한국사회에 희망은 없습니다.
저 문국현이 이제 제 모든 것을 바쳐 '희망의 중심'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12년 전인 지난 1995년 유한킴벌리의 최고 경영자로 취임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한국기업으로 평가된 '사회책임기업'입니다. 한국의 대학졸업생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한국의 근로자가 일하기 좋은 직장 1위로 선정된 것은 저에게 더없는 긍지와 보람이었습니다.
고(故) 유일한 박사의 '신뢰경영'에 반해 입사를 결심했던 때부터 어언 33년의 세월이 청춘과 함께 꿈결처럼 흘러갔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이제 매출액 1조규모의 대기업이 되었지만 이익만 추구해온 대부분의 기업과는 다릅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생명의 숲' 국민운동, 그리고 평생학습, 노사상생, 윤리경영 등엔 20여년이 넘는 역사가 있습니다.
저는 기업인이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조용한 혁명'을 실천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윤리경영'과 '사회책임기업'을 향한 저의 끊임없는 도전은, '사회를 바꾸겠다'는 뜨거운 열정(熱情)의 산물(産物)이었습니다.
제가 노력해왔던 '조용한 혁명'이 이제 한국사회를 바꾸는 '거대한 동력(動力)'이 되기를 저는 소망합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꿈꾸셨던 것처럼 '문화의 힘이 드높은 나라'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 나라가 바로 '사람이 희망'인 '사람입국(立國)'입니다.
중소기업과 평생학습 중심의 사람입국 만들 것
저는 1년의 삼분의 일을 외국에 머물며,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좌표를 고민해왔습니다.
제가 가장 고민해온 것은 '고용의 88퍼센트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어떻게 살릴까'하는 문제였습니다. 대기업이 불과 130만명을 고용하는 데 비해, 중소기업은 2000만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독일의 중소기업처럼 강소기업이 되려면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는 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근육에 의존하는 근로자를 창조적 지식근로자인 '프로세스 엔지니어'로 재창조해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을 '지식의 무덤'이 아니라 '평생학습'의 장(場)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합니다. 유한킴벌리가 IMF관리체제 당시,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단 한 명도 감원하지 않고 초고속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사람을 '일회용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지 않겠다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람입국의 꿈'입니다.
재벌중심 성장은 고용 없는 성장의 '가짜 경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유한킴벌리 같은 '사회책임기업'을 향후 5년 동안 10만개 만들고 싶습니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180여개의 기업들이 유한킴벌리의 성공사례를 도입하고 있는 것처럼 이제 사람중심경영만이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힘차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재벌중심의 성장은 '고용 없는 성장'의 가짜경제입니다. '중소기업 대국(大國)'을 만들어야만
500만개의 평생일터를 만들어 국민들의 서러운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주장하는 '사람입국 진짜경제'입니다.
동북아 15억 시장을 지휘한 CEO 경험 살릴 것
저는 지난 2003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유한킴벌리의 투자자인 킴벌리 클라크 북아시아총괄대표로 취임했습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15억 인구의 시장을 총괄하는 '동북아 CEO'로 일하면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원대한 꿈을 키워왔습니다. 러시아와 미국의 무한한 자원, 한국의 경험과 경영능력, 2000만에 이르는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한민족의 위대한 시대'를 열어 갈 수 있습니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거대한 숲을 꿈꾸게 해야 합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경제 힘차게 새롭게.' 저 문국현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국정치는 이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현 정치권은 비정규직 문제 등 산적한 민생현안에 너무도 무기력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고백했듯이 범여권은 '국민의 마음을 읽는 데' 실패했습니다.
한나라당은 IMF관리체제라는 국가부도위기를 초래한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환란'의 근본원인을 아직도 성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재벌중심 낡은 경제는 마치 '모래 위의 성(城)'과 같아서, 또다시 국가적 위기를 불러올 낡은 시대의 패러다임입니다. 심층여론조사를 보면 60%에 가까운 국민이 새로운 대안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대선구도는 새롭게 지각변동을 시작할 것입니다. 정치인만의 정치가 아니라, 진정으로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국민의 염원과 요청이 문국현의 '힘'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왜군을 물리치셨고, 문국현에게는 민심(民心)이라는 거대한 우군(友軍)이 있습니다.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을 이룰 것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잠든 어린 아이의 초승달 같은 손톱을 바라보면서 더없이 행복하셨던 적이 있으시지요. 우리에게는 그 자라나는 세대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어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서도 가족들이 화목하고 생각이 건전한 가정이 소망스럽듯이, 우리 대한민국도 '부패한 졸부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며 사는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이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의 나라를 위해서 저는 국민 여러분께 다음의 희망제안을 감히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를 위해 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과 산업재해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겠습니다. 고용률, 평생학습 참여율, 여성의 고용을 OECD 일류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서민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신도시에 시세 대비 반의 반값 수준의 아파트를 공급하겠습니다.
둘째, 보육과 교육은 정부가 반드시 책임지겠습니다. 공동주택의 1층을 공용 공간화하여 보육 및 교육시설로 활용하고, 공교육을 세계적 수준으로 강화하여 사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겠습니다.
셋째, 중소기업 대국(大國)을 만들겠습니다.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고속도로와 학습고속도로를 만들어 중소기업에 글로벌 경쟁력의 날개를 달겠습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을 두 배로 올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자랑스럽게 찾아가도록 만들겠습니다.
넷째, 부패가 없고 깨끗한 신뢰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경제도 살고 양심(良心)도 사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신뢰는 경제혁신과 공정한 배분의 열쇠이며, 투명성과 법치 강화는 국가기강과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초석입니다.
다섯째, 남북평화체제 기반 위에 21세기 대한민국의 글로벌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중국을 넘어 인도까지 이어지는 환황해권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남․북한과 미․일․러시아가 함께 연계되는 환동해 경제협력 벨트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진짜경제와 가짜경제를 가려내야
국민 여러분.
다가오는 대선은, 단순히 정파 간의 정권쟁탈전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가혹한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을 추수하는 '건설 중심 가짜경제, 재벌중심 가짜경제'와,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구하는 '사람 중심 진짜경제, 중소기업 중심 진짜경제'의 경제사회모델 중 어느 하나를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차원의 국민적 축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미래비전을 둘러싼 진정한 논쟁이 필요합니다.
저는 한나라당 후보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에게 이토록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경제성장모델로 갈 것인가, 사람중심의 경제성장모델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논쟁을 정식으로 제안합니다.
국민 여러분!
문국현은 이제 흔들림 없이 '국민의 숲'으로 걸어갑니다. 비록 늦게 출발하지만, 국민이 있기에 외롭지 않은 '창조적 미래세력'의 단호한 결단입니다.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을 재창조하겠습니다. 사람이 희망이고, 사람이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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