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정보

현대차 럭셔리카 ' 제네시스 ' - 집중 분석

뉴욕모터쇼를 보름 여 앞둔 지난 3월 중순.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로 북미(北美) 시장 최고의 자동차 전문가로 꼽히는 4명의 언론인이 찾아왔다. 방문 목적은 뉴욕모터쇼를 통해 세계 시장에 첫 선을 보일 콘셉트카 제네시스(Genesis·프로젝트명 BH)를 직접 타보고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네시스 개발 컨셉과 과정에 대한 설명에 이어 이틀에 걸친 시승(試乘)이 이어졌다. 이들의 입에서는 잇따라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도요타와 닛산이 땀 꽤나 흘리겠군.” “현대차를 잘 지켜봐야겠는데.”

품평회에서는 “주행성능을 강조하는 스포츠 세단인 만큼 디자인이 좀더 스포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정곡을 찌른 평가지만, 우리로서는 국내 시장 판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 겨냥한 현대차의 첫 고급차

올해 말 국내에서부터 출시될 예정인 제네시스는 현대차 역사에서 적잖은 기록을 남길 차이다. 우선 현대차가 세계 시장을 겨냥해 독자적으로 만든 첫번째 고급차(luxury car)가 제네시스다. 기존에 에쿠스가 있지만,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개발한 차로 국내용에 그쳤다. 최근 미국시장에 내놓은 그랜저TG나 베라크루즈도 ‘럭셔리’ 차종은 아니다. 현대차는 경쟁 모델로 렉서스의 스포츠세단 GS와 BMW의 5시리즈 등을 꼽고 있다. 특히 BMW 5시리즈가 핵심 벤치마킹 모델이었다고 한다.




제네시스에 탑재되는 4.8리터 타우(Tau) 엔진 역시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8기통 엔진이다. 이 엔진의 출력은 340마력 전후. 6기통 모델에 탑재될 람다 엔진 역시 280~290마력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성능 개선)가 진행 중이다.

제네시스는 또한 현대차가 개발한 첫 후륜 세단이기도 하다. 뒷바퀴로 구동하는 후륜차는 전륜차와 달리 차량 무게가 앞 뒤로 균등하게 배분돼 조정의 안정성과 주행성능, 승차감이 좋다. 벤츠, BMW 등 세계적인 럭셔리카가 대부분 후륜을 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앞 뒤 무게 비중은 53대47이다. 성능 역시 월드카로서 손색이 없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8기통 4.8리터 타우엔진과 6기통 3.8리터 람다 엔진에 독일 ZF사의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8기통이 6초, 6기통이 7초. 차체 강성 역시 BMW 5시리즈보다 14%나 더 강하다. 차량 크기와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간의 거리)도 경쟁 차종보다 더 크다.

미국 시장 판매 가격(기본모델 기준)은 6기통이 3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고, 8기통은 3만5000달러 선. 최종 이름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외 겨냥한 다목적 포석

제네시스에는 다목적 전략이 숨겨져 있다.

국 내 럭셔리카 시장은 그동안 수입차의 독무대였다. 수입차 전체 시장점유율은 4%대지만, 대형차로 가면 17%로 훌쩍 뛰어오른다. 현대차 마케팅 담당 이지원 전무는 “마케팅 조사를 해보면 차량 가격이 5000만원을 넘어서는 순간 국산차는 아예 구매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제네시스가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수입차와 싸울 현대차의 무기인 셈이다. 현대차는 국내에 한해 제네시스를 별도의 고급 브랜드로 판매하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제 네시스의 후륜 플랫폼(차량의 기본 구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휠베이스 간격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쿠페, 스포츠카, 리무진 등 다양한 고급 차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개발에 쏟은 시간은 무려 5년. 개발 도중 외관이 한차례 완전 변경됐고, 차량의 뼈대가 되는 섀시도 두번이나 갈아치웠다. 후륜 세단의 전형을 만들기 위해 한껏 공을 들인 것이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내놓을 소형 트럭(픽업) 역시 제네시스의 플랫폼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제네시스를 통해 끌어올린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기존 차량 판매에도 활용하겠다는 뜻도 있다. 현대차 북미법인의 스티브 윌하이트 최고경영자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네시스의 개발은 싸고 경제적인 차를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영역이 더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 카 클럽’으로 가는 티켓

미국의 유명 자동차잡지인 모터트렌드는 이번 5월호의 표지로 제네시스를 다루면서 “단순한 차가 아니라 현대차를 도요타·GM·포드·폭스바겐 등으로 구성된 배타적 클럽에 가입시킬 티켓”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1980년대 중반 대당 4995달러 짜리 엑셀을 미국시장에 내놓은 이후 지금까지 ‘성능 대비 가격이 싼 차’의 대표 주자였다. 저렴한 가격은 현대차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특 히 외환위기 이후 7년간(1999년~2005년)은 원화 약세로 환율까지 좋아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연평균 판매신장률이 20%를 넘는 고도성장기를 누렸다. 1998년 9만대였던 미국 시장 판매대수는 2005년 45만5000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원화가 10% 이상 절상되면서, 더 이상 가격에 기댄 성장에는 한계가 왔다. 현대차의 2006년 판매대수는 45만5500대로 사실상의 ‘제로 성장’에 그쳤다. 고급차로 제값을 받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한가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