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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영화 식코(SICKO) : 돈 없으면 죽어라! - MBC '뉴스후' , 공보험·사보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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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SICKO)
 
다큐멘터리 | 미국 | 120
감독 : 마이클 무어
출연 : 마이클 무어 등

<로저와 나>, <볼링 포 컬럼바인>, <화씨 911> 등의 다큐멘터리 화제작을 통해 미국의 보수파에 대해 비판을 퍼부었던 악동 감독 마이클 무어가 미국 의료 정책 및 의료보험 시스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친 다큐멘터리. 미국 개봉에선 북미 441개 극장이라는 작은 개봉관 수에도 불구하고 주말 3일동안 450만불의 당당한 수입을 벌어들이며 주말 박스오피스 9위에 랭크되었다.

 ‘환자’라는 뜻의 속어인 ‘식코’를 타이틀로 한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이 의료보험업체와 제약회사에만 엄청난 이윤을 안겨줄 뿐, 미국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더군다나 약 5천만명의 미국인은 아예 의료보험 시스템으로부터 격리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갔으나 의료보험회사가 병원비 지불을 거부한 한 여성의 이야기 등 다양한 사례를 차례로 소개하면서 의료보험 시스템의 허점을 집어나간다. 이어서 무어는 의료비 지급이 보험회사의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이런 의료 시스템은 닉슨 정부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배경에는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등의 엄청난 로비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과 비교하기 위해서 캐나다, 프랑스, 영국으로 간 무어는 각 나라의 거의 무료에 가까운 의료 시스템에 충격을 받는다. 마침내 무어는, 9.11 사태당시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가 다쳤지만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해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는 미국인 3명과 함께, 구속된 테러리스트들에게까지도 훌륭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알려진 미군의 관타나모 기지로 향하는데…

 미국 개봉시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마이클 무어의 전작들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깊은 만족감을 나타내었다. 할리우드 리포터의 커크 허니컷은 “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지적이고, 코믹하며, 신랄하게 진단하고 고발한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뉴욕 타임즈의 A.O. 스캇은 “마이클 무어가 이처럼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원칙에 대해 분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고 감탄했으며, 롤링 스톤의 피터 트래버스는 “여름시즌의 멍청하고 뻔뻔스러운 영화 행렬속에서, 마이클 무어는 우리에게 튼튼한 머리와 마음을 지닌 영화를 선물한다. 관객들은 아플 때까지 웃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또, 타임의 리차드 콜리스는 “연설 로 보나 희비극 영화로 보나, <식코>는 정말 훌륭하다(Sicko is socko).”고 찬사를 보냈고, 미네아폴리스 스타 트리뷴의 콜린 코버트는 “<식코>는 마이클 무어의 지금까지 영화들 중 가장 만족스럽고 성숙한 작품.”이라고 결론내렸으며, USA 투데이의 클라우디아 퓨즈는 “절박한 (미국의) 국가적 문제에 대한 매력적인 탐구이자 강력한 고발.”이라고 요약했다. (장재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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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만원 없어 잘린 손가락을 새 모이로 주다


3월 개봉을 앞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가 화제다. 시장에 맡겨진 미국 의료 서비스의 현주소를 짚는 이 영화는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공감대 약화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반면교사가 될 만하다.

[시사인 20호] 2008년 01월 28일


3월 개봉을 앞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식코>(SICKO)가 화제다.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되었고, 국내에서는 아직 선을 보이지 않아 조금은 난데없다. 사정이 있다.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공공노조)이 영화를 수입한 영화사 스폰지와 홍보에 나서고 있어서다. 공공노조 측은 “공공의료가 붕괴하면서 시장에 내몰리게 된 미국 의료체계의 끔찍한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어떤 책이나 자료집보다 훨씬 더 민간 의료보험 체계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영화다”라면서 반색했다.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대한의사협회의 정책 질의에 내놓은 답변 가운데, ‘당연지정제(모든 병원이 건강보험공단과 의무적으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제도) 재검토’를 시사하는 대목이 있었다는 이유로 불안감이 퍼진다. 워낙 굵직한 현안이 많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지만, 어떤 수준으로든 의료보험 체계를 손보려 할 것이며 당선자의 성향에 비춰볼 때 의료 민영화로의 첫걸음을 떼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다. 


화제작 <식코>는, 미국의 총기 문제를 다룬 <볼링 포 콜럼바인>, 그리고 9.11 테러에 대한 성찰을 담은 <화씨 9/11>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2007년 작품. 미국 의료체계에 대한 신랄한 고발을 담고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흑흑.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배낭에 가득 연고를 사서 돌아가고 싶어요.” 마이클 무어 감독은 미국 병원이 외면한 미국 환자들을 쿠바 아바나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게 하는 희대의 퍼포먼스로 영화의 대단원을 장식한다. 미국에서는 100달러가 넘는 치료용 연고를 쿠바 약국에서 단돈 50센트에 건네받은 미국 여성은 기가 막혀 눈물을 쏟는다. 


카메라를 들고 캐나다와 영국과 프랑스, 쿠바의 병원을 종횡무진 돌아다닌 감독의 관심은 단순하다. 왜 미국은 그토록 의료비 부담이 높으면서도 국민의 건강은 오히려 위협받고 있는가.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세계 37위. 보험 혜택이 없는 국민이 5000만명에 이른다. 병원비를 부담할 수 없는 그들은, 찢어진 무릎을 집에서 제 손으로 꿰매고 절단된 약지를 붙이기 위해 1만2000달러를 지불한다. 병원은 ‘중지 봉합은 6만달러. 그 수술을 하면 약지는 1만2000달러에 해주겠다’고 한다. 환자는 돈이 없으니 약지만 1만2000달러에 해달라고 ‘쇼부’를 치고, 잘린 중지는 쓰레기장에 갖다 버린다.


보험 혜택 못 받는 미국인 5000만명



마이클 무어는 <식코>가 보험이 없는 5000만명이 아니라 오히려 보험에 가입한 2억5000만명을 위한 영화라고 말한다. 본인은 언론사 편집장, 남편은 잘나가는 엔지니어였으나 발병이 거듭되자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어린 딸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된 한 중년 여성은, 쿠바 아바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한밤중에 고열에 시달리는 어린 딸을 안고 병원을 찾았으나,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가 계약한 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한 채 병원을 전전하다가 딸을 잃고 만 어머니의 경험담도 끔찍하다. 진료비 승인을 거부하는 업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퇴사한 한 보험사 여직원은 무어의 카메라 앞에서 울며 증언한다. “환자가 어떤 처지가 될지 생각하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없어요. 나중에는 죄책감을 감당할 수 없었죠.” 그녀는 말한다. “진료비 지급이 거부되는 병명이요? 이 방의 네 벽을 가득 도배하고도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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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연봉 200만 달러에 제약회사 파르마의 CEO로 영입되어 의료 마피아를 위한 충실한 파수꾼 노릇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빌리 타우진 전 의원.  


보험사의 비밀도 까발린다. 보험사가 고용한 의사 출신의 특별 고문들은 보험사의 진료비 지출을 줄이는 일을 한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법정에서 증언한다. “나는 환자의 진료비 승인을 거부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회사의 지출 50만달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런 일은 승진을 보장한다.”


힐러리, 의료보험 개혁 다시 팔걷어


감독은 캐나다와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쿠바 병원을 순례한다. 영국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들은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차편이 마땅치 않은 이들은 오히려 병원에서 귀가 택시비를 받아 나온다. 의사? 공무원 신분이지만 여느 회사의 임원 부럽지 않다. 미국에서 골프를 치던 한 캐나다 남성은 ‘인대가 상해 병원에 갔더니 2만4000달러. 그 길로 캐나다로 돌아오니 치료비는 0원이었다’고 증언한다. 


무어는 의료체계를 분석하려 들지는 않는다. 영국이나 캐나다, 프랑스의 국민보건 시스템에도 한계나 약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무어는 묻는다. 교육도, 도서관 이용도 무료인데 왜 가장 기본적인 의료는 이렇게 값비싼 일이 되어버렸을까. 카메라 앞에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 의료보험 체계의 틀을 잡은 영국의 원로 정치인은 말한다. “전쟁 중에는 실업률이 낮다. 사람을 죽이는 일로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면 사람을 살리는 일로는 왜 그 일을 못하겠는가?”


마이클 무어는 시종 미국인으로서 자부심에 상처를 주는 전략을 택한다. 우리, 훌륭한 미국인이 만들고자 하는 사회가 고작 이런 것인가. 병원비가 없어 찢어진 무릎을 집에서 꿰매고, 잘린 손가락을 쓰레기장의 새 모이로 던져버리도록 내버려두고, 머리 수술을 받은 할머니가 영문도 모른 채 길거리를 헤매도록 해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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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지 접합 수술에 6만 달러, 약지 봉합에 1만2000달러를 내라는 병원의 요구를 보여주는 영화 속 장면.  

 

사실 이 영화는 너무 늦게 나왔는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미국인이 미국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클린턴 재임 시절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 개혁에 팔을 걷어부쳤던 힐러리는, 당시 보기 좋게 나가떨어졌다. 대선 후보로 나선 힐러리는 다시 그 문제를 꺼내들었다.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보험회사나 제약회사 등 의료 기득권 층의 위세는 여전하지만, 적어도 국민 사이에서는 공감대가 넓어졌다. 마이클 무어가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다큐 기획을 알리고 제보를 접수하자 단 하루 동안 메일 2000통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는 2만여 통의 이메일을 살펴 ‘취재’할 대상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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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안 내느냐고요?” <식코>에서 출산 뒤 아기를 안고 퇴원하는 영국의 한 부부는 출산도 치료도 공짜라며 웃는다.  

 

중산층 삶에서 가장 큰 부담을 주는 항목 가운데 의료비가 꼽힌 지 오래다. 번듯한 직장이 아니고서는 개인이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회사도 직원의 의료보험료를 내주는 일이 점점 버거워진다. 그 돈은 어디로 가는가? 보험회사이다. 이윤을 위해 존재하는 보험회사는 지급율을 낮춰 배를 불린다. <식코>는 HMO(Health Managing Organization)로 불리는 민간 보험회사가, 실질적으로 환자 진료의 대상과 수위를 결정하게 되면서 의료는 오로지 이윤 창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기우 하나. <식코>는, 오로지 이윤만을 향해 움직이는 사기업이 의료 서비스 전반을 주무를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하는 자료로 시사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 의료체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구체적 논의에서 참고할 점은 별로 없다. 정부가 의료 공공성의 개념을 뒤흔드는 조처를 취하려 할 때는 유의미한 텍스트가 될 테지만, 설마 그런 상황이야 오겠는가.

[프로메테우스의 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