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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몰입의 경영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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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Good Business


'몰입의 경영'은 몰입(flow)이라는 인생 방법론을 활용하여 직장 생활의 질을 높이는 가이드입니다. 직장인이자 경영인이고, 전략과 HR을 업으로 하는 제게는 구미에 맞는 주제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책은 좋았습니다.

특히 낱 문장들과 진부하지 않은 사례들은 찬란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요즘 고민하던 선문답에 대해 실마리를 푸는 많은 자극도 받았고, 기본이지만 매우 중요한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음미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하지만, 책 읽는 내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큰 줄기 찾기가 녹녹치 않습니다. 작가의 습관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아무튼 읽기 쉬운 구조는 아닙니다.
또한 '몰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 역시 이 책으로는 일소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책의 핵심 주장인 몰입 경험과 삶의 질과의 상관관계는 개연성의 영역입니다. 몰입이 행복을 담보한다는 인과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많은 몰입 경험이 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 이 글을 쓸 때조차 "flow" 상태를 경험했지요. 하지만 몰입은 수행의 부산물이지 몰입 자체를 행복의 전단계이자 생활의 목표로 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의도적인 몰입은 뜻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다다르지 못할 플라톤의 이데아로서의 몰입설정이라면 메타포어로 받아들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연구와 통찰을 통한 기업환경에서의 사회심리학적 가이드는 매우 감동스럽고 미쁩니다.


기업의 재정의
사회 심리학자답게 기업의 흥미로운 정의를 제시합니다.
기업은 행복재료 공급자다.
기업을 행복의 원천으로 보는 시각은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이자 미덕입니다. 두가지 점에서 기업은 행복 재료를 생산합니다.
첫째,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는 재화와 용역을 창출합니다.
둘째,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전환경을 조성하는 조직상황하에서의 복잡성을 제공합니다.
결국, 기업의 존재 가치를 새롭게 봅니다. 밖으로는 인간의 행복이란 관점에서 정렬될 수 있고, 내부적으로는 미하이 교수가 좋아하는 '개인의 몰입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행복의 공급기관이 되는겁니다.


개인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할 활동
기업이 개인의 몰입을 조장하기 위해 주력할 활동을 다음처럼 정리했습니다.
1. 명확한 목표를 부여
  가급적 상위 개념이어야 합니다. (사다리 효과). 확고한 비전 체계와 완전한 조직내 전파가 중요합니다.
2. 피드백 제공
  개인의 창의성과 주도성이라는 맥락입니다. 피드백은 학습과 성장의 원천이기도 하지요. 3가지 원천(feedback source)이 있습니다.
   1) 타인: 동료, 상사, 자문단, 고객
   2) 업무 성과 (지표)
   3) 개인적 기대 수준과 자기만족
3. 역량과 직무간 균형
  역량이 늘면 직무가 복잡해져야 하고, 그 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전문성에 매몰되지 않고 종합능력 발휘를 강조하는 점에서 인문학적 감성과 사회과학적 합리성이 담겨 있습니다.
4. 권한 부여
  다양성이 증가하게 되고, 상하간 신뢰도 생기게 됩니다.
5. 개인의 리듬 존중
  지식 노동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책 읽기가 어렵기도 하고, 제가 자꾸 개념체계를 타박하게 되는 이유를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다섯가지 활동이 매우 중요함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전혀 구조화 되지 않지요. 머리에 잘 남지도 않거니와, 무엇이 빠졌는지 왜 이런 체계인지 알 턱이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저 다섯가지는 충분한 세트이리라 생각합니다.


비전을 가진 경영인의 인생관
결국 기업이라는 유기체가, 생존과 유지라는 기본 목표와 인류의 행복 증진이라는 상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방향성이 필요합니다.
위에 설명한 '1. 명확한 목표'도 같은 의미입니다. 미하이 교수는 독특하게도 영혼에서 비전을 도출합니다. 영혼은 '상위 가치를 향한 변화를 위해 투자하는 여분의 에너지'로 정의합니다. 기업 역시 물질적 존재를 넘어서는 의미와 존재성이 영혼이고 비전이 됩니다. 그리고 기업의 비전은 경영자의 인간적 특색이 DNA 복제 되는 경향이 있지요.
비전을 가진 경영인의 인생관의 공통 특질을 다섯 가지로 꼽습니다.

1. 낙관적 태도
  '모든 문제는 해결책을 숨기고 있다'는 마음가짐입니다. 또한 낙관적 태도는 사람에 대한 긍정으로 신뢰와 소명의식을 생성합니다.
2. 성실에 대한 강한 믿음
  낙관의 대척점이자 켤레입니다. 남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도, 낙관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성실은 필수 덕목입니다.
3. 매우 높은 수준의 야망과 그에 부합하는 인내심
  자아의 몰입이 이뤄지는 핵심 고리입니다. 점층적으로 목표를 고조하며 몰입 환경을 유지합니다. 난관에 굴하지 않는 정신으로 장애물을 게임처럼 즐기기도 합니다.
4.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열망
  변화와 발전의 요소입니다. 몰입 환경에서 말하는 복잡성으로 전진하기 위한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5. 감정이입의 중요성과 상호 존중의 자세
  대인 관계의 핵심입니다. 역지사지의 정신입니다.


삶에서 몰입 환경 만들기
다음은 개인의 몰입을 빈번히 생기게 하는 환경 조성의 방법입니다.
1. Who am I?
  자아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음"과 상담하는 겁니다.
2. 장점과 소명
  자아 성찰의 결과로 알게 된 스스로의 장점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소명을 찾습니다.
3. 기회 발굴
  장점과 소명을 통해 추구할 기회를 정립합니다. 이 부분이 삶의 방향성입니다.
4. 위치 탐색
  스스로의 위치를 알아내면, 기회를 향해 움직일 벡터가 나옵니다.
그 다음은 용왕매진입니다. 그 과정에서 몰입이 자주 발생한다고 미하이 교수는 말합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1) 주의를 집중하고 2) 시간을 지배하는 부분과 3) 습관의 형성입니다. 소위 말하는 자기계발 이론이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Mihaly the Shaman
이 책의 미덕은 취미나 전문성의 영역에 머물 사적인 몰입(private flow)을 사무실 환경으로 옮기려는 시도에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듯, 수도에 가까운 자기 계발입니다. 특히 몰입(flow)은 긍정을 위한 긍정체계에 가깝습니다. 실천적 방법론으로서의 몰입은 실용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삶의 진실과 영혼의 각성을 위한 자극을 줍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문은 아닐지라도, 현실을 비추는 거울은 됩니다.
사실 책의 핵심 키워드인 몰입을 배제하고, '동기부여(motivation)'나 '주목(attention)', '만족도(satisfaction)' 등의 유사 개념을 적절한 곳에 치환해도 책의 이해에 무리가 없습니다.

저자도 인정하듯, 종교적 함의를 강하게 풍기는 몰입(flow)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가르침을 준 이가, 경영의 구루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시공을 관통하여 환타지스러운 진리를 읊는 샤먼(shaman), 그와 대화를 나눈 딱 그 기분입니다.

[inuit blogged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