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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글로벌 IT기업 구조조정 ‘칼바람’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 국내 대표 IT 기업인 삼성전자 등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가운데 델, 노키아, 인텔 등 세계 IT업계를 대표하는 굵직한 기업들이 대대적인 감원 작업을 진행중이어서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휴대전화 부문 세계 최대 업체인 인텔과 노키아는 앞으로 수 년에 걸쳐 전체 인력의 15%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특히 1만5000명 감원을 계획중인 인텔은 이미 8500명을 해고했으며 올해안에 미 뉴멕시코주 130나노 공정 인력 1500명중 1000명을 집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다. 필름 제조 기업에서 IT 기업으로 변신한 코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올해 안에 전체의 7.5% 수준인 3000명을 감원키로 한데다 향후 3년간 3만명을 추가 감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경쟁사인 닌텐도가 약진하자 미국, 유럽에서 올해안에 1500명을 감축한다.

이처럼 글로벌 IT 기업들이 ‘다이어트’ 경쟁에 빠져든 배경엔 구조조정 트렌드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즉 수익 감소에 따른 상시 구조조정 체제가 일반화된 것이다. 지난 2001년 5000명을 감원했던 세계 대표 컴퓨터(PC) 회사인 델은 오는 2008년까지 전체 10% 수준인 8800명을 감원키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6년 만에 순이익이 줄어들었다는 것. 모토로라는 10억달러 비용 절감을 목표로 지난 1월과 6월 각각 3500명, 4000명을 올해안엔 줄이기로 발표했다. 노키아도 지난해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아웃소싱에 따른 불필요한 인력 300여명을 해고한 바 있다. 올해안에 전체 10% 수준인 3700명을 감축할 예정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의 급부상과 일본 기업들의 부활이 시장을 포화상태로 몰아간 점도 동반 구조조정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IT 제품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고, 혁신 제품의 ‘승자 독식’ 현상이 심화되는 점도 위기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IT 분야는 다른 업종보다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 탄력적인 인력 운용과 사업 및 조직 재편 작업이 비교적 빈번하다는 평가다.

이승일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과거와 달리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은 수익성 다변화를 위해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서로 중복되는 사업 분야도 많아졌다”며 “유사한 사업 영역,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엇비슷한 기술력 속에서 이젠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더 좋은 효율화를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는 적자 생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