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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중국 차(茶), 마셔도 되나요? - 중국서 파는 차 40%는 가짜



“중국 차(茶), 마셔도 되나요?”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상품은 술과 차다. 술은 여러 병 사올 수 없지만, 차는 선물용으로 여러 개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 집안에 중국차 한두 개 굴러다니지 않는 집이 드물다. 하지만 사 온 뒤에는 대부분 방치한다.

중국은 차의 발원지로, 다양한 차가 생산되고, 그 중에는 맛과 향이 뛰어나며 건강에 좋은 차도 많다. 약 2000년 전 씌어진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는 기원전 2600년경 신농씨가 차를 복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차의 역사가 4600여년에 달하는 셈이다.


저질제품이 ‘고급차’로 둔갑 

중국에서는 가공 방식에 따라 차 종류도 다양하다. 녹차로는 항저우(杭州) 시후(西湖) 주변에서 생산되는 시후롱징(龍井)과 후베이성(湖北省) 둥팅후(洞庭湖) 지역에서 생산되는 비뤄춘(碧螺春), 안후이성(安徽省) 황산(黃山)의 마오펑차(毛峯茶), 허난성(河南省) 신양(信陽)의 마오지엔(毛尖) 등이 유명하다.

반(半)발효차인 우롱차(烏龍茶)로는 푸젠성(福建省) 안시현(安溪縣)에서 나오는 톄관인(鐵觀音)이 대표적. 완전 발효차로는 안후이성 치먼(祁門)지방에서 생산되는 치먼홍차(紅茶)가 유명하다. 흑차(後발효차)로는 요즘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윈난성(雲南省)의 푸얼차(보이차)가 대표적이다.

이런 차들은 정상적인 생산과 제작-유통과정을 거칠 경우 맛과 향이 뛰어난 좋은 제품들이다. 중국 내에서도 당정군(黨政軍·공산당-정부-인민해방군)의 고위 간부와 돈 많은 사람들은 사적인 인맥이나 특별 유통망을 통해 우수한 제품을 공급 받아 즐긴다. 하지만 좋은 차는 생산량이 한정돼 있다 보니, 시중에는 저질 제품들이 ‘고급차’ 상표를 달고 판을 치는 것이 문제다.



▲ 국내 중국 차 전문점에 진열된 갖가지 중국 전통 차



최근 중국에서 한차례 사재기 광풍까지 불러 일으킨 푸얼차는 운남성의 고도 1300~2000m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대엽종(大葉種) 차나무에서만 원료를 채취한다. 생산지역이 한정돼 있으니 공급량이 딸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저질제품의 유통을 막기 위해 공인된 제조창에만 생산과 유통을 허가하고 있는데, 운남성에 그런 회사는 약 200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회사는 ▲윈난시쌍반나멍하이(孟力海)차창(茶廠) ▲샤관(下關)차창 ▲타이창차업(泰昌茶業)집단 ▲멍하이랑허(郞河)차창 ▲창하이차장(蒼海茶莊) ▲류따차산(六大茶山)차업유한공사 ▲멍하이보요우(博友)차창 등이다.


푸얼차는 공인 제조창 지정 

문제는 여기에 들지 못하는 회사들이 기준에 미달하는 저질 원료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거나, 가격을 높이기 위해 속성 발효시키는 등의 편법을 사용한다. 또 유사한 상표를 붙여 전문가들조차 구분이 어렵다.

따 라서 전문 판매대리점이 아닌, 길거리나 수파마켓의 차 판매점에서 유사한 상표를 달고 팔리는 푸얼(보이)차는 저질 상품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칭다오(靑島)의 류따차산(六大茶山) 총대리점 관계자는 “한국 여행객들은 여행사 가이드가 안내하는 판매점에서 차를 많이 사는데, 그곳의 차는 거의가 저질상품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저질 차를 사는 것도 억울한데 바가지까지 쓰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바가지’로 지불한 돈의 일부는 가이드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푸얼차는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을 떨어뜨리고 소화와 이뇨를 촉진하며, 알콜 해독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살을 빼려는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포도주처럼 오래된 제품일수록 값이 나가는 특성 때문에 중국에서는 최근 2~3년 사이에 보이차가 투기 대상으로 전락해 사재기가 횡행했다.

그 결과 1000~2000위안(한화 약 13만~26만원)에 거래되던 500g짜리 보이차가 몇달 사이 10배 이상인 1만5000~2만 위안으로 뛰었다. 심지어 희귀 푸얼차는 부르는 게 값이 되어, 100배까지 뛴 제품도 있다. 하지만 투기광풍에 미자격 생산업체 3000여개가 난립해 저질 가짜 상품을 쏟아내자, 지난 7월경부터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저질 제품보다 오히려 살충제나 중금속을 첨가한 ‘유독차(有毒茶)’다. 지난 7월 광둥성(廣東省) 광저우시(廣州市) 공상국이 백화점과 도매시장 수퍼마켓 개인상점 등에서 판매되는 26종의 차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그 중 17종에서 유기인산염, 9종에서 농약인 DDT, 6종에서 중금속인 납이 복수로 검출됐다고 신쾌보(新快報) 인터넷판이 지난 7월19일 보도했다. 유기인산염은 살충제와 산화방지제 등에 사용되는 독극물로, 인체에 축적되면 신경계가 손상되고 우울증과 심장·안과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DT와 납 역시 인체에 치명적이다.


유명상표 제품도 안심 못해 

이 때 적발된 주요 회사와 제품은 ▲산콴텐푸(三款天福)명차(茗茶)의 비뤄춘·톄관인 ▲스쟈(世家)차업의 비뤄춘과 시후롱징 ▲루위(陸羽)차업의 톄관인 ▲펑리(豊利)차업의 인삼우롱차 ▲밍펑(茗豊)차업의 안시 반발효 우롱차 등이다.

유명 상표의 차 제품마저 농약과 중금속으로 오염돼 있으니, 중국에서 믿고 마실 수 있는 차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집에 있는 중국차가 이들 회사 제품이면 버리는 것이 좋다.

지 난 2005년 6월 중국에서는 ‘염색(染色)비뤄춘’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중앙방송인 CCTV의 ‘질량검사보고(質檢報告)’ 프로그램은 취재를 통해 수조우(蘇州)와 저장(浙江) 리쉐이(麗水) 등지에서 납과 크롬그린에 오염된 비뤄춘 제품이 무려 1t이나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궤이조우성(貴州省)에서 주로 생산된 이 제품은 녹차인 비뤄춘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하기 위해 공업용 안료를 국제기준의 60배나 첨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크롬그린은 페인트와 플라스틱 등에 색상을 내는 녹색계열의 안료로서 착색도와 선명도는 우수하지만 납과 크롬을 70% 이상 함유,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물질이다. 이런 차를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독배(毒杯)’를 마시는 것과 같다.


농약·DDT에 곰팡이균 뿌리기도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의 주간지 아에라(AERA)는 최근호(2007년8월6일자)에서 “중국차도 한방약도 위험하다”면서 “건강을 위해 마시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에라가 제시한 오염사례를 보면, ▲크롬그린에 오염된 ‘염색 비뤄춘’ 외에도 ▲유기인계 살충제가 잔류하고 있는 우롱차 ▲농약 DDT가 검출된 쟈스민차와 홍차 ▲오래된 고가제품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곰팡이균을 뿌리고 속성 발효시킨 푸얼차 ▲농약과 불순물이 뒤섞여 있는, 중국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쓰레기 차’ 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모든 차가 다 저질·가짜는 아니다. 중국 정부 조사결과 시중에 판매되는 차 가운데 불량품은 약 40%인 것으로 밝혀졌다. 60%는 진짜란 얘기다.


그러면 중국에서 어떻게 해야 정상적인 제품을 살 수 있을까. 보이차 전문점인 푸어재의 황보근 대표는 “첫째 일반 상점이 아닌 전문대리점을 찾고, 둘째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으므로 직접 맛을 봐야 하고, 셋째 차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함께 갈 것”을 권했다. 차에 대해 잘 모르면 아예 사지 말거나, 중간 가격대의 제품을 하나 정도 사서 맛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포장이 화려한 선물용은 저질제품이거나 바가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차는 피로를 풀어주고 해독작용을 하며 소화와 이뇨작용을 돕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속담처럼, 저질제품 때문에 차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좋은 제품을 가려낼 안목이 필요한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