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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_경제

EU - 닭 복지 법안 시행

매년 유럽에서는 3월말부터 4월초까지 달걀 수요가 늘어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며 색칠한 달걀을 나누는 기독교 명절인 부활절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엔 동유럽을 중심으로 유럽의 달걀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주변 국으로 '달걀 해외 쇼핑'을 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월말 기준으로 유럽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5% 올랐다. 특히 유럽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는 달걀의 공급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가격이 더 뛰었다. 올해 3월 중순 기준으로 체코에서는 달걀 10개들이 한 상자가 2.07유로(2.76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체코 국민들은 달걀 값이 40% 정도 저렴한 주변국 교외로 나가 달걀을 사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달걀 값이 올해 이처럼 오르는 이유는 EU가 올해부터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한 '양계장 복지사업' 때문이다. EU는 지난 1999년부터 회원국의 양계장에서 사용되는 소형 배터리형 우리를 좀 더 넓고 친환경적인 사육장으로 바꾸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전체 회원국 중 이를 지키지 않은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등 14개국에 대한 법적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때문에 값이 비싼 친환경 사육장으로 양계장을 개조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달걀 값이 폭등한 것이다. 마렉 사비츠키 폴란드 농업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국제 규준을 지키기 위해 양계장을 개선하면서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싸진 달걀 값은 동유럽 국가의 경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서유럽 국가에 비해 평균소득은 더 낮고, 달걀과 갚은 생필품이 소비자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도 달걀 값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양한 식품에 들어가는 달걀이 식품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로슬라프 싱어 체코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달걀 가격 상승으로 부활절을 중시하는 체코와 동유럽 국가에서 달걀을 비축하려는 충동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EU는 양계업자들이 새 우리를 들여놓고 생산을 늘리기 시작하면 공급부족 사태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EU농업개발위원회는 올해 달걀의 연간 생산량이 작년보다 2.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부활절 특수가 끝나면 달걀 값이 다시 내려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싱어 체코 중앙은행 총재는 "달걀을 교환하고 달걀로 만든 요리를 즐기는 부활절까지는 달걀 값이 오르지만, 이후에는 달걀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달걀 값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