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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한국 첫 우주인 후보 이소연이 쓴 ‘우주서 사는 법’


한국의 첫 우주인 후보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SF영화와 과학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만 보던 우주의 모습을 직접 보는 첫 한국인이 탄생한다. 현재 훈련중인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퇴직)씨와 이소연(28·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 중 한 명이 최종 우주인으로 선정된다.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훈련을 받다가 잠시 귀국한 이소연씨가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우주에서 생활은 어떨까. 지구에서의 생활과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식사를 하면서 무슨 대화를 나눌까.”

우주인 훈련을 받으면서도 나 역시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무리 창 밖으로 보이는 지구가 아름답고, 투명한 별빛이 반짝인다 해도 식사를 하지 않고 우주정거장에 6개월씩 머물 수 있는 우주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지구에서처럼 밥상 위에 밥, 국, 반찬을 놓아두고 컵에 물을 따라 마시면서 여유있게 식사를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달라진 환경에 따라 섭취해야 하는 영양분도 지구에서와는 달라진다.




우주인들의 밥상 메뉴는 밥과 수프, 참치 캔과 같은 통조림 종류, 빵, 과일, 주스, 차, 쿠키, 사탕 등 지상에서 먹는 음식과 큰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은 대부분이 냉동 건조된 것으로 데우거나 물을 부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식의 맛은 우리가 먹는 인스턴트 식품을 생각하면 된다. 수프는 비닐 팩에 들어 있는 것을 빨아 먹는 식이다. 주스는 치약 튜브 같은 것에 들어 있다. 차나 커피도 비닐 팩을 이용해서 마신다.
우주식이 지구에서의 식사와 다른 것은 ‘무중력’이라는 환경 때문이다. 그릇에 음식을 담을 수 없어서 모든 음식을 비닐 팩이나 튜브, 캔 등에 담아야 한다. 혹 찌꺼기 하나라도 공중에 떠다니다 기계에 들어가 오작동을 일으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우주식의 식단은?

나 는 우주식의 종류가 그렇게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놀랍게도 우주식의 종류는 현재 150여종이나 된다. 러시아인들이 먹는 음식이 다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150여종이 모두 우주선에 실리는 것은 아니다. 우주 비행에 앞서 우주인은 150여종의 음식을 미리 맛보고 점수를 매긴다. 이를 바탕으로 80여종을 추린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 80여종의 우주식을 바탕으로 우주인의 개별 식단을 짜고, 여러 단계 검토를 거쳐 10일을 주기로 바뀌는 우주인의 개별 최종식단을 결정한다. 전 러시아 우주비행사 겐나디 파달카씨가 선택한 메뉴는 다양한 소스를 첨가한 냉동 건조된 농어, 닭고기, 하르초라는 양고기 스프였다.



▲ 우주 비행시 입게 될 우주복을 들고 있는 우주인 후보들. 이소연(왼쪽)씨와 고산씨,

오른쪽은 우주복 교육담당관 빅토르씨.



우주식이 일반 음식과 또 다른 점은 칼륨이온과 칼슘이온의 함유가 높다는 점이다. 우주에서 장기간 머물게 되면 뼛속의 칼슘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 뼈가 약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우주인은 일반 음식보다 많은 칼슘을 함유하는 우주식을 섭취하고 날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해 칼슘의 손실을 막아야 한다. 우주인이 우주선 안에서 하루 2시간 운동하는 것이 의무인 것도 이와 같은 현상을 막고 근육량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우주선 안에는 이를 위해 러닝머신과 자전거 머신이 있다. 또 칼륨이온은 혈액 순환을 위해 심장이 펌프질을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인의 혈액은 하체보다 상체에 더 많이 머물게 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칼륨 이온의 섭취가 필요하고, 거기에 더해 특수한 속옷까지 착용한다.

우주에서 화장실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것 중 하나! 화장실 문제다. 소유즈 우주선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는 화장실이 따로 있다. 이곳에서 볼일을 보면 진공청소기처럼 생긴 기구가 몸에서 나온 소변 한 방울까지 다 빨아들인다.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물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 소유즈 내 화장실 이용시 사용되는 장치들. 남성용 간이 소변기(위)와 여성용 간이 소변기.



여성을 위해 특별히 요강 같은 모양의 화장실 기구도 있다. 대변도 별반 차이 없다. 하지만 수거 과정에서 물기를 뺀 뒤 대변은 별도의 탱크에 보관한다. 기저귀나 여성용 생리대 같은 것을 착용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러시아 우주인들은 이를 착용하지 않는다.

우주선이 발사되고 ISS에 도달하는 동안에는 ‘거주용 모듈’(Module: 우주선 구성 단위)에 화장실 관련 시설이 따로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우주인들이 있는 곳에서 소변을 봐야 하는 ‘낭패’는 없다.

문 제는 지구 귀환 때다. 아주 좁은 ‘귀환용 모듈’에 우주인 3명이 같이 탑승해서 내려오게 되는데 화장실이 별도로 없다. 대신 우주복을 입은 채로 소변 장치를 이용해서 소변을 볼 수 있다. 귀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 고속버스를 타기 전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처럼 귀환이 시작되기 전에 꼭 화장실을 먼저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수와 샤워는 또 어떻게 할까?

세 수를 위한 세숫대야가 있을 리가 없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떠다니다 전자기기에 흡수되면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수는 젖은 타월로 한다. 밀봉되고 소독된 타월인데 아로마 오일이 섞여 있어 향이 난다. 쉽게 물티슈를 생각하면 된다.

샤 워 역시 젖은 수건을 가지고 몸을 닦는 것이 전부다. 머리를 감을 때는 특수샴푸를 이용한다. 점도가 낮은 물비누를 몇 방울씩 머리카락에 떨어뜨려 닦아내는 식이다. 머리가 긴 사람은 곤욕이다. 최근 우주관광을 다녀온 미국의 여자 우주인 안사리도 머리 감는 문제로 고생을 했다고 들었다. 여성 우주인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 우주인들은 이 우주용 샴푸가 탈모 방지에 도움이 된다며 애용하고 있다. 여성에게 필수인 화장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파우더를 사용할 수 없다. 물 방울처럼 파우더가 날아가 기기에 닿으면 작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상처럼 화장이 자유롭지 않지만 로션 등을 바를 수는 있다.

잠은 어떻게 자나?

우주인들의 잠자리는 어떨까? 우주인들은 슬리핑백을 벽에 단단히 묶어 고정시킨 뒤 그 안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무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누워서도 서서도 앉아서도 잘 수 있다. 슬리핑백 외부는 불이 나도 타지 않는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고, 내부는 면으로 돼 있다. 잠을 자는 동안 호흡할 때 금속덩어리가 호흡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얼굴 부분을 망으로 가려야 한다는 것은 기본 수칙이다.

우주에서 꼭 필요한 것들

우 주인들은 우주에서 어떻게 버텨낼까? 우주인에게는 하루 600L의 산소와 2.5L의 물, 3000㎉의 열량(지구에서는 2600㎉)이 필요하다. 또 300㎜Hg 이상의 기압과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장치가 필수다. 산소는 물을 분해해서 만든다.


▲ 소유즈 귀환 모듈 시뮬레이터 내에서 교육받고 있는 이소연씨.



기압이 제로상태에 가까운 우주공간에서는 사람의 체온에서도 액체가 끓게 된다. 사람이 맨몸으로 우주에 나가면 곧바로 온몸의 체액이 끓어 증발해버린다. 이 때문에 우주선에서의 화재 등 긴급 상황에서 우주선 내부의 공기를 다 빼 버린다고 해도 최후의 보루인 우주복의 내부는 항상 300㎜Hg 이상의 압력을 유지시켜줘야 한다. 우주복은 몸에 적당한 압력과 온도를 주어 극단적인 온도의 변화, 가속도 또는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외부와의 통신이나 식사, 또 배설도 가능하게 설계돼 있다.

우주복 재료는 4겹으로 돼 있다. 제일 바깥쪽은 은백색의 내열성 나일론, 다음은 화학섬유로 된 그물 모양의 층, 세 번째 층은 우주복 속의 산소가 바깥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나일론 바탕에 합성고무를 칠했고, 몸에 닿는 맨 안쪽은 나일론 천으로 만들어 미끄러지기 쉽게 돼 있다.

우주인에게 소유즈(러시아 우주선)는 집과 다름없는 존재다. 소유즈를 구성하는 전체 3개의 모듈 중에서 우주인들의 공간인 거주 모듈은 우주식을 보관하는 선반과 식사를 위한 식탁, 화장실, 음료수 저장고까지 말 그대로 거주를 위한 시설들이 있는 곳이다. 내부 전체 벽이 ‘벨크로’(접착천)라고 부르는 재질로 돼 있고, 그 위에 띄엄띄엄 띠가 붙여져 있었던 것이 인상 깊다. 이는 무중력 상태에서 모든 물건들이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벽에 고정시켜두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거주 모듈에는 우주정거장과 도킹할 때 이용되는 자동 도킹 시스템, 내부 공기 정화 및 습도조절 시설, 그 외 다양한 계기판 등이 있다. 3개의 모듈 중에서 마지막에 지구로 귀환하는 모듈은 단 하나인데, 바로 귀환 모듈(Descent Module)이다.

그곳에는 우주인 3명이 앉는 자리가 각각 정해진다. 특별히 제작된 캡슐처럼 생긴 의자가 있고 그 앞엔 아주 복잡한 계기판과 기기들이 설치돼 있다. 우주선 전체의 방향을 제어하고, 전체 시설들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 추진 모듈(Instrumentation/ Propulsion Module)은 우주인이 직접 들어가서 조정하는 곳이 아닌 ISS로부터 지구로 귀환할 때, 궤도 변화를 위해 이용되는 추진기와 주거 모듈과 귀환 모듈을 지원하는 기기들이 들어 있는 곳이다.

이소연씨는 누구? 


이씨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바이오시스템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태권도 공인 3단으로 조깅과 수영이 취미이며 마라톤 완주 경험이 있는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다. 키 164㎝에 체중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