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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스케치 잘 하려면 이렇게 해

잘 그리고 싶습니다~!!

황대권이란 분이 있는데요.
학창시절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13년이 넘는 영어생활 중 100여종에 가까운 야생초로 교도소 내 화단을 가꾸며, 징역생활을 즐겼던 양반입니다.
감옥은 더이상 그에게 투쟁의 장소가 아니라 존재를 실현하는 곳으로 바뀌어버린 것이죠.
이후 엠네스티 등의 지원으로 1998년 출소한 후 오랜 숙원이었던 생태공동체의 실현에 온 열정을 쏟으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생태공동체 연구모임을 이끌고 있습니다.

아래는 이분이 옥중에서 느낀 그림에 대한 단상입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어떤 이론이나 표현기법보다도 중후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분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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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낮 동안 줄곧 그림을 그렸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해바라기 꽃무리인데 짙푸른 하늘색 내기가 아주 힘들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한 번으로는 대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상을 아무리 수십 수백 번 들여다보아도 직접 그려 보지 않고는 제대로 파악한 것이 아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이 딱 맞는다. 그런데 한번 그려 봐서는 부족하다. 두번 세번 그려 보면 처음 그린 것이 얼마나 허술하고 엉성한 것인지 알게 되지.

또 한 가지. 디테일과 전체와의 조화 문제. 디테일 처리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리다 보면 전체적 조화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초보자들은 디테일이 모여서 전체적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알고 디테일에 치중을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디테일은 전체와의 관련 속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한번 그려 놓고 꼭 전체와의 조화를 확인해 보아야 하는 거다. 아니 애초에 전체와의 조화 속에서 디테일을 그려 나가야 한다. 이 두 가지 원칙은 인생살이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첫째, 실천의 중요성, 실천을 하되 지속성이 있어야 할 것. 둘째, 어떤 일을 할 적엔 반드시 전체와의 연관 속에서 그 일을 추진할 것.

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실제로 하지는 않으면서 머릿속으로 쌓고 부수고 쌓고 부수고, 입으로 나불나불 대다가 세월만 보내었던가! 어떤 것이 좋아 보인다고 앞뒤 헤아리지 않고 그것에만 탐닉하고 좇아 다녔던가!

"끈기를 가지고 행하되 조화와 균형 속에서!"


출처 :「야생초 편지」p.73-74 / 황대권 / 도솔 / 2002
[힐더올드 옮김]